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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6 18:34 수정 : 2006.02.22 19:39

새물결 ‘보노보’

아깝다 이책

‘새물결’에서는 이름지은 취지처럼 미지의 신영역 ‘블루 오션’에 해당되는 책들을 내왔다. 하늘이 도왔는지, 책들이 제 운명을 잘 타고 태어났는지 모든 책들이 대개는 무병장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너무 일찍 태어나 시름시름하고 있는 자식이 하나 있으니, <보노보>가 바로 그것이다. 더욱 아쉽게도 동일 저자의 다른 책이 지난해에는 어딘가에서 올해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을 보니 그처럼 훌륭한 자식이 부모 잘못 만나 추운 겨울에 고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더욱 새록하다.

우선 이 ‘최후의 유인원’, ‘잃어버린 유인원’의 간단한 출생 보고서. 지금까지 유인원은 우리 인간,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의 4종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최근 지구 최후의 5번째 유인원으로 밝혀진 이 보노보는 20세기 최후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의 어떤 책에서는 엉뚱하게도 ‘프리섹스주의자들’로 소개되고 있지만 우리가 이 책을 출판한 것은 ‘섹스’와 ‘평등’ 그리고 ‘평화’와 관련된 ‘인문학적’ 메시지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평등과 평화 그리고 성해방을 추구한 20세기의 거대한 기획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허구 속으로 휘발되어버린 상태에서 인간들이 실현하지 못한 꿈과 유토피아를 일찍이 자연 속에서 수천 년 전부터 실현해온 동물이 반면교사가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보노보는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의 배경인 콩고의 열대 우림 속에 약 1만마리만 고립되어 사는 유인원이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다른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곳에서 거의 1주일 정도를 걸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열대 우림 한가운데 살고 있다. 게다가 지난 40여년 동안 콩고가 350만명이 희생되는 내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언감생심이었다. 유인원 중 가장 평화를 사랑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노보 바로 곁에서 인간이 다른 종족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최악의 폭력을 일삼았다는 이 지독한 역설! 이처럼 보노보를 둘러싼 모든 연구 환경은 최악의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침팬지 연구의 권위자인 제인 구달조차도 보노보를 침팬지의 아종(亞種)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미 국제 영장류 학계에서는 이들을 독립된 종으로 인정한 지 오래이다. 인류 진화의 핵심 열쇠인 ‘잃어버린 고리’로까지 간주되는 이들 보노보는 ‘도구의 사용’, 계급적 지배와 평등, 섹스와 평화 등과 관련해 지금까지 인문학적 상상력으로는 전혀 상상도 못 해본 해방과 평화와 성의 해방의 공동체의 실현자로서 독특한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미, 침팬지, 원숭이 등의 짐승의 세계를 훔쳐보면서 인간의 사회질서(지배의 필연성, 폭력의 일상성, 지배자에 의한 성의 독점과 피지배자의 성적 박탈)의 정당성을 역으로 추출해왔다. 하지만 침팬지보다 훨씬 더 직립해 있고, ‘도구’가 아니라 놀랍게도 (상징) 언어를 사용하며, 깊고 검은 눈망울로 우리 인간처럼 희로애락을 표현할 줄 아는 이 놀라운 유인원을 통해 우리는 지배와 폭력, 성의 해방 등 인류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마침내 풀 수 있는 매력적인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보노보>가 언젠가는 우리 출판사의 가장 효자다운 ‘인문학적 책’이 될 수 있기를 대망해본다.

홍미옥/새물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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