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2 18:01
수정 : 2006.02.06 15:40
역사로 보는 한주
1967년 2월6일부터 베트남에서 미군의 고엽제(제초제) 대량살포가 시작됐다. 베트남 파병 미군이 고엽제 살포작전을 벌인 것은 1961년부터 71년까지인데, 62-64년 시험기간 뒤 65년 1월부터 살포가 시작돼 67-68년 절정기에 이르렀다.
왜 뿌렸나? 말라리아 퇴치를 내세웠으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베트콩’으로 통칭된 남베트남해방민족전선 등 저항군의 동태를 숨겨준 정글을 파괴하고, 그들의 녹색 식량자원 원천을 고갈시키는 것이었다.
얼마나 뿌렸나? 무려 1900만 갤런의 제초제를 베트남과 인근 캄보디아, 타이 등에 뿌렸다. 1갤런은 약 3.8ℓ이니 약 7200만ℓ나 됐다. 베트남에서만 연 600만 에이커(1에이커는 약 4047㎡ 또는 약 1224평)에 뿌려졌다. 7200만ℓ의 55-60%가 ‘에이전트 오렌지’였는데, 고엽제에는 오렌지 외에도 화이트, 퍼플, 레드, 블루 등 15가지 화학물질이 실험되고 사용됐다. 이들 물질은 원래 색깔이 없으며, 오렌지 따위는 고엽제를 담은 55갤런짜리 통 겉면에 종류를 식별하기 위해 칠해 놓은 띠 색깔명이었다. 악명높은 오렌지는 일반 제초제 2·4-D와 2·4·5-T를 같은 비율로 섞은 것인데, 이 2·4·5-T에 맹독성 다이옥신류가 함유돼 있다.
디이옥신은 호흡기암과 전립선암, 골수종 등을 일으키는 발암성 물질이며 기형유발물질이다. 다이옥신은 환경과 인체에 장기간 잔류하며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베트남에서 2대, 3대에 걸쳐 숱한 기형아가 계속 출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 공군기 C-123K와 헬리콥터, 트럭 또는 사람 손으로 다량 살포된 오렌지 세례를 받은 사람은 베트남인들만이 아니다. 미군과 한국군 등 파월장병들도 피해자였다.
에이전트 오렌지 제조업체는 유전자조작곡물 생산으로도 유명한 몬샌토와 다우 케미컬 등 미국 대기업들인데, 84년에 이들 업체는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의 베트남 파병 제대군인들에게 더 이상 문제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상금을 지불했다. 2004년 1월에는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법에 ‘베트남 에이전트 오렌지/다이옥신 피해자협회(VAVA)’ 명의로 배상소송이 제기됐고 2005년 3월 법원은 원고쪽 주장의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으나, 이에 앞서 제조업체들은 84년에 미군 제대병들을 위한 기금에 1억8천만달러를 출연했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민사 13부(재판장 최병덕)가 몬샌토와 다우 케미컬에게 한국 베트남 참전 용사 등 오렌지 피해자 6795명한테 모두 630억7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은 오렌지 제조업체에 책임을 물린 세계 첫 판결이었다.
미군은 콜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몬샌토 등이 만든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식물체내 아미노산 합성을 방해해 거의 모든 식물을 말려 죽인다)를 작전용으로 뿌려대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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