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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2 18:13 수정 : 2006.02.22 19:38

푸른역사 ‘옛 그림에서 만난 우리 무예 풍속사’

아깝다 이책

푸른역사 ‘옛 그림에서 만난 우리 무예 풍속사’

주성치가 주연한 영화 <소림축구>의 마지막 부분. 도로 옆에 차들이 일렬로 주차된 가운데 한치 여유없이 차 한 대 공간이 남아 있다. 등장인물은 그 공간 옆에 차를 대고 차 옆구리에 장풍을 쏘아 밀어 넣는다. 만약 장풍을 쏠 수 있다면, 저런 식으로 주차할 수 있다면, 정말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 여름, 한권의 무예 책이 내 머릿속에 장풍이라는 단어를 새기며 그렇게 다가왔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에는 장풍을 쏘는 무림고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이 행했던 실제적인 무예들, 이웃 나라와 전쟁이 벌어졌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활쏘기, 격검, 마상재부터 활이 없을 때나 말에서 떨어졌을 때 적군을 때려눕힐 수 있는 수박, 택견, 씨름과 같은 맨손무예들, 놀이의 형태로 존재했으나 머리가 깨지고 심지어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던 석전까지, 다양한 무예들이 등장한다. 그 등장 방법도 예사롭지 않은데, <옛 그림에서 만난 우리 무예 풍속사>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림을 통해서 우리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들, ‘평양감사향연도’, ‘탐라순력도첩’, ‘북새선은도권’ 등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림들이 등장한다. 푸른역사에서 출간된 책 중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는 문헌에 남아 있지 않은 조선시대의 풍속사를 혜원의 그림을 통해 다시 복원한 작품이다. <옛 그림에서 만난 우리 무예 풍속사> 또한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태어났다. 전통 무예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옛 그림 속에 숨어 있던 조상들의 무예 모습을 통해 우리 무예의 역사를 복원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비와 양반들이 혀를 끌끌 찰 무예의 역사를 굳이 들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에 답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붓에 밀려 검이 잊혔기 때문이다. 이른바 정통 역사로 보자면 무예 풍속사는 잔가지에 불과하다. 고상한 한시, 세계 문화유산인 실록만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 문화일까. 그것을 통해서만 보는 과거는 온전한 과거일까. 우리 역사와 문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데, 그리고 응당 넓혀야 한다는 큰 틀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격검, 마상재, 수박, 택견, 그리고 씨름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이 몸으로 마음으로 익힌 무예를 통해서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내면을 오롯이 읽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곳엔 헛기침이나 하며 체통과 체면, 허례를 내세우는 잡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승리한 사람만이 누리는 자만과 오만, 그것은 무기다운 무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라진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외면 받은 것들을 다시 보듬는 이유는 그 불순한 무기를 걷어내기 위함이다. 무예 풍속사를 되짚는 본질적인 목적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역사에서 무예가 잊혔듯 우리 무예 풍속사를 다룬 이 책 또한 사람들에게 잊힐까 봐 조바심이 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크~ 에크~ 하며 우리 전통 무예를 열심히 익혀보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바탕 신명나게 웃으며 그것을 열심히 구경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책의 가치도 녹슬지 않을 거라 믿는다.


안희주/푸른역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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