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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2 18:42 수정 : 2006.02.06 15:41

메가트렌드 코리아
강홍렬 외 지음. 한길사 펴냄. 2만2000원

한국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 20가지 흐름 포착
작지만 똑똑한 IT·BT가 선진국 견인
유비쿼터스화 정부 작아지고 엔지오 커질 전망
‘윈텔리즘’ ‘실리우드’ 미국 지식패권 경계 대상

인터넷,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고 속도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하느냐 못 하느냐에 개인과 사회,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런 수요에 따라 <메가트렌드 코리아>(한길사 펴냄)는 20가지 커다란 변화 흐름과 79가지 미래상으로 정리하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안의 디지털미래연구실에서 수행한 ‘IT의 사회문화적 영향 연구:21세기 한국 메가트렌드’라는 장기연구의 결과물이다.

인터넷, 정보기술의 특징은 고속도, 광범위, 상호 네트워크화. 책에서 언급하는 모든 변화는 이러한 세 가지 속성에서 기인한다.

한 개인은 24시간 전지구적 정보망에 접속됨으로써 철저한 개인화와 동시에 비실재적 공간에서의 유대가 형성된다. 즉 미디어는 지상파 방송(Broadcasting)→케이블 협송(Narrowcasting)→VOD 점송(Pointcasting) 순으로 진화해 맞춤미디어에 접속된 개인은 상호 파일을 주고받으며 네트워크화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찾아 관계를 맺으며 실공간에서 친한 사람들과도 인터넷카페를 만들어 소통하는 사이버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더불어 부문간, 국가간 경계가 소멸하게 된다. 은둔형 외톨이, 사생활 침해 등 각종 일탈현상이 발생하고 이에 대비하는 ‘회색생태학’이 중요해진다.

디지털 기술은 로보틱스, 사이보그, 블루투스 기술, 바이오칩의 활용 등으로 이어져, 인간의 지능와 육체능력을 향상시키고 기계와의 인터페이스를 늘려준다. 이에 따라 인간능력의 상당부분이 정보기술로 대체된다.

고속·광범위·네트워크화 집약


시대변화에 따라 경제 주도세력도 바뀐다. 힘보다 머리쓰는 일이, 생산자보다 소비자가(프로슈머), 사용자보다 일할 사람이 우위에 서며 여성과 고령자의 참여와 역할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IT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력, 감수성, 사색능력 등의 가치가 소중해진다. 교육에 대한 수요가 크게 바뀌고 단순반복 업무를 맡는 시간제, 계절노동자도 늘어난다. 전문지식도 달라져 그 잣대가 달라지고 하나로는 부족한 상황이 온다. 관리능력, 연구능력을 겸비한 사람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퇴출되거나 계절노동자군에 합류할 것이다. 직장은 더이상 공동체가 아닌 경력을 쌓아가는 자리로 바뀌며 잡노마드가 번성한다. 전문지식의 유무, 정보자원의 수용격차는 중산층이 없는 양극화를 부르고 이는 강남과 강북 등 거주지와 돈으로 떡칠하게 마련인 향유문화의 차별화로 이어진다.

기업은 투명해지고 정부는 유비쿼터스화하면서 작아지는 대신 엔지오는 커지고 이들 주체 간의 상호작용과 복잡성은 늘어난다.

게시판, 카페의 확산과 함께 작은 힘들이 큰 파급효과를 갖는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각각 가치를 가지면서 유연한 네트워크를 만듦으로써 사회운동이 일상화한다는 것. 월드컵 응원, 여중생 촛불시위 등이 낙선낙천운동, 노사모로 이어졌듯이 정치참여가 집단화에서 개인화로, 대의적 정치참여에서 자발적 정치참여로 바뀐다. 시민들은 이슈에 따라 여러 정당을 이동하면서 참여한다. 보스정치는 더이상 존재하기 어렵고 여러 핵심세력이 공존하는 네트워크 체제로 변환한다. 결국 시민이나 정치인이나 사안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형태를 띤다. 책임의식 약화, 다층적 의식구조의 형성에 따른 정치과정의 파편화, 불확실성·유동성 증대라는 부작용도 따른다.

저개발국가는 ‘종속’ 애원할지도

이 책에서 가장 시선을 당기는 부분은 ‘국제사회가 신중세적으로 전환한다’는 예측.

사이버에서 세계정치의 행위들이 발생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개념이 변화한다. 사이버 테러, 전자 상거래, 전자화폐 등 영토성에 기반을 둔 국가의 능력과 권위에 대한 도전이 발생하나 궁극은 미국 주도 네트워크의 세계적 확산이다. 윈텔리즘(window+intelism), 실리우드(siliconvalley=holywood)처럼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미국의 지식패권이 위세를 떨칠 것이다. 미 제국은 지식, 문화, 군사력에서 ‘21세기 로마’가 되고 개별국가는 세계정부와 자치도시와 영주로부터 협공을 받았던 중세국가와 비슷해진다. 유럽이 유럽연합으로, 동아시아가 멀티허브형 네트워크로 대응하면서 중추와 부채살 구조의 통합과정을 밟는 북미와 함께 3극 체제가 형성될 것이다. 저개발 근대권역과 혼돈권역 국가들은 자본과 기술의 고갈에 직면하면서 종속을 애원하는 사태가 예측된다. 조건은 가혹한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

한국의 생존과 번영은 IT혁명으로 등장한 문명표준으로서의 지식과 네트워크의 세계정치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달렸다. 연구자들은 그동안 한국이 보여준 저력과 작지만 똑똑한 것이 주도하는 미래의 경향과 맞물려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본다. IT에 이은 생명공학(BT)에서 리드, 중국 일본의 경제발전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남북 분단문제가 큰 변수. 동북아는 미국이라는 힘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힘이 서로 네트워크화 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양자주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터인데, 한국이 동북아 IT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한·중·일 동북아 3국간 협력에서 매개자, 연결자 역할 수행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포위전략을 포기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 남북한 평화체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 성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모두 어디서 본듯한 얘기들의 총합이지만 변화에 유연하지 않는 삶은 곧 죽은 삶이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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