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2 19:06
수정 : 2006.02.06 15:43
|
양반가문의 쓴소리
조성기 지음. 김영사 펴냄. 1만2900원
|
잠깐독서
<양반가문의 쓴소리>는 18세기 문인 이덕무의 <사소절>을 새롭게 풀어쓴 책이다.
선비의 작은 예절이란 뜻의 <사소절>은 사단이나 오품 같은 유교윤리의 틀 위에서, 생활 속에서 피해야 할 실례들 또는 금지사항들의 길고 긴 목록들을 담고 있다. 예컨대 남의 집 요강에 오줌을 누거나, 사람을 앞에 두고 코를 후비거나, 벼룩이나 이를 잡아 화로에 던져 냄새를 피워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덕무는 한때 지금의 탑골공원 근처에서 당대의 이단아 연암 박지원과 사립문을 마주하며 살았고, <열하일기>에도 그 이름이 등장하는 절친한 후학이자 벗이었다. 또 <이목구심서>나 <선귤당농소>에서 자유자재의 문체와 아포리즘을 구사했다고 평가받는 문장가이기도 하다. 헌데 <사소절>에선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평범한 사람들을 ‘반칙왕’으로 몰아붙이는 시어머니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책머리에서 집필동기를 밝히면서 ‘불긍세행 종루대덕’(작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허물게 된다)이라는 <서경>의 구절을 인용했다. 농부들이 새참 먹는 곳을 지나칠 때는 말에서 내려야 한다거나 질병 때문에 여름에도 솜옷을 입은 사람 옆에서 덥다고 말해선 안 된다는 대목까지 읽다보면, 그의 잔소리가 행여 선비다움을 놓칠까 두 눈 부릅뜨고 경계하는 ‘서릿발’ 정신의 소산임을 확인하게 된다.
소설가 조성기씨는 원래 책의 항목이나 소제목에 구애되지 않고 재구성해, 현대인의 수신서로 되살렸다. 그는 도덕이 무너진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작은 예절 운동’의 시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펴냈다고 한다. 지난 1996년, 저자의 동업자인 김성동씨도 <사소절>을 엮어 펴낸 바 있는데, 지금은 절판된 그 책의 제목은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이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