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찻집
‘대신’이라면 보통 ‘어떤 것을 갈음함, 없거나 부족한 것을 다른 것으로 메움’이란 뜻으로 쓰인다. “회장 대신 총무가 참석했다, 꿩 대신 닭을 잡다” 하는 식이다. 또 낱말 대 낱말 대응에서 번져 매김꼴 ‘-ㄴ, -은, -는’이 붙은 움직씨 뒤에서 앞말이 보이는 행동이나 상태와 다르거나 반대임을 나타내는 쓰임도 자주 본다. 문제는 그 쓰임이 읽는 이를 헷갈리게 하고 의미가 순하게 이어지지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①엘지텔레콤은 (기본료를 올리는 대신)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골든타임제를 설정해 할인요금을 적용하는 방식 등으로 가입자들에게 보상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저는 일요일 오후에 남편과 딸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대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두 문장에서 ‘-는 대신’이 달리 쓰였다. ①은 ‘기본료를 올린다’는 게 전제고, ②는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지 않았다’는 게 전제다. 뒤엣것은 문장을 다 읽고서도 좀더 더듬어야 제뜻을 짐작게 하는 짜임새다. 그 연유는 무엇일까? 구체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매김마디를 ‘대신’으로 받으면 이미 그 움직임이 이뤄진 것으로 읽히는 까닭에 뒤에 딴 일이나 반대되는 내용이 와서는 쉽게 이어지지 않게 된다. 곧, ‘대신’ 뒤는 앞의 행동을 바탕삼는 또다른 행동·조건·요구를 하는 말이 와야 걸맞게 된다는 말이다. △분노를 함께하는 대신, 꿈을 나누는 운동이 더 아름답고 강하다 → 분노를 함께하기보다 꿈을 나누는 운동이 더 아름답고 강하다. △우수한 성과에 얼굴을 찌푸리는 대신, 축하를 해주는 성과주의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 우수한 성과에 얼굴을 찌푸릴 게 아니라 우수한 성과를 거둔 쪽에 축하를 해주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의미있는 삶을 누리는 대신에 한심하게도 소비로 빈 자리를 메꾸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 의미있는 삶을 누리는 게 아니라 한심하게도 소비로 빈자리를 메웠다는 것을 알게 됐죠.‘~하는 대신’은 마디 사이에서 역접 관계로 쓰기는 적절하지 않은 말이다. 꼭 ‘대신’을 써먹자고 한다면 “~지 않는 대신”처럼 매김마디를 부정문으로 바꾸거나 문맥에 따라 “~ 하느니, -보다, ~이 아니라, ~지 않고” 등으로 바꿔 쓰는 게 적절하다. 상투적으로 굳어진 ‘~ 하는 대신에’라는 표현을 번역문투(instead of, in place of 따위)로 보는 이들이 많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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