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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지음. 시울 펴냄. 1마6000원 |
일요일에 간선도로 차량 통행 막고
1년 중 하루 ‘차 없는 날’ 시행
콜롬비아 보고타·브라질 ‘꾸리찌바’ 등
세계적 환경도시·녹색교통 도시들 사례 통해
지구 지키는 교통모델·대안운동 모색
‘엘도라도의 땅’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거리엔 초록빛 활기가 넘친다.
안데스 산맥의 해발 2640m 고원 위에 있는 이 도시의 도로는 일요일마다 7시간 동안 자동차 아닌 사람 천국이 된다. 간선도로의 자동차 통행은 금지되고 온통 걷고 달리는 사람들, 자전거 이용자와 롤러스케이트·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들이 그곳에 넘쳐난다. 이때마다 150만명의 시민이 몰려나와 ‘속도’가 사라진 텅빈 공간을 느릿한 산책과 달리기로 채운다고 한다. 이름하여 1982년부터 내려온 ‘사이클로비아’란 도시 전통이다.
보고타는 일요일마다 ‘차 없는 도시’
‘사람이 1순위, 자동차는 2순위’를 꾀하려는 교통정책들은 보고타에서 자주 눈에 띈다. 가장 붐비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엔 시 전체 자동차의 40% 가량이 달릴 수 없다. ‘피코 이 플라카’라는 강력한 부제운행 체제가 모든 개인 자동차 소유자에게 월~금요일 중 이틀씩 차를 몰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차 없는 날’ 풍경은 또 얼마나 색다른 감동을 세계인들에게 전해주었던가. 2000년부터 보고타에선 한해 중에 하루를 잡아 ‘차 없는 날’을 선포하고 거의 모든 시민이 이날 자동차를 집에 두고 걷거나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또는 시가 공식 허가한 일부 버스와 택시를 타고 직장과 학교를 오가거나 쇼핑을 하러 다닌다. 2000년 2월24일 첫 행사의 참여율은 무려 98%였다. 이날은 ‘교통사고 사망자 없는 날’이기도 했다.
박용남(52)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이 최근 낸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시울 펴냄)는 자동차 우선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이라면 쉽게 상상하기도 힘든 색다른 세계 도시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보고타 외에, 지난 2000년 <꿈의 도시 꾸리찌바>(녹색평론사)에 소개된 브라질의 녹색도시 꾸리찌바와 핀란드 헬싱키, 일본 오이타현 등이 이 책에서 다뤄진 녹색교통의 도시들이다. 신행정수도와 여러 도시 개발계획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요즘의 이 땅에서도 한번쯤 제대로 보고싶은 녹색 사례들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관심은 도시 개발과 계획 가운데에서도 무엇보다 교통정책에 쏠려 있다. 그리고 자동차를 우선하는 지금의 우리 문화에 대해 ‘코페르니쿠스 같은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대전환’이라 함은 낡은 생각에서 새로운 생각으로 확 바꾸라는 건데, 낡은 것이란 도로만 더 많이 더 넓게 건설하면 교통혼잡이 해결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고(허리띠를 늘린다고 비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새로운 것이란 인간 존엄성이 살아 있는 녹색도시가 지속가능한 살 길이라는 얘기로 요약될 만하다. 자동차 문화는 도시 자체를 퇴행시키고 빈부에 따른 삶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도시의 자동차들이 계속 늘어나면 길을 넓히고 주차장을 세우느라 대규모 공공투자를 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통행은 더 어려워지고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은 가중한다. 다시 더 많은 도로와 시설이 필요하다. 간선도로, 주차장, 고속도로, 육교, 지하도…. 불법주차는 불가피해지고 쾌적하게 걷기는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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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도시들은 지금 자동차나 건물들보다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인본주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과 환경, 생태, 공간의 조화를 이루려는 녹색도시 실험들은 미래 도시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사진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일요일마다 ‘자동차 없는 도로’에 쏟아져나와 걷고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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