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7 17:27
						수정 : 2006.02.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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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나온 오주석의 미술사 역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에 실린 ‘강산무진도’ 세부의 암벽 그림. 도끼로 팬 듯한 부벽준법이 도드라진다. | 
													
					 
															1주기 유고집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2’ 석사논문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펴내
대작 분석하려 주역공부 병행한 노작…도자사·궁중미술 개설서 등도 와르르
					회화, 도자, 궁중미술 등 전통 미술사의 구석구석을 포착한 양서들이 뭉텅이로 나왔다. 
 미술사학도,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이들 양서의 첫 머리에 지난해 백혈병으로 타계한 소장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1주기 유고집이 있다. 전통 명화 감상기인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도서출판 솔)과 석사학위논문을 다듬은 학술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신구문화사)다. 선후배 지인들로 구성된 유고간행위원회가 펴낸 두 책의 글들은 그림평에 앞서 두루 섭렵하고 철저히 관찰했던 고인의 철칙 아래 빚어져 나온 것들이다.
 조선 후기·말기의 명품그림들을 보며 생각의 갈래를 쳐나간 <옛 그림…>의 여러 대목에서  ‘글씨든 그림이든 그렇게 오랫동안 관찰하고 작품에 빠져드는 모습은 늘 경건하였다’는 강우방 이대 교수의 회고담을 실감하게 된다. 가령 김홍도의 호랑이 그림 <송하맹호도>에 대해 저자는 <논어>의 ‘위엄 있으되 사납지 않다’는 구절을 꺼내면서 호랑이의 눈을 이렇게 묘사한다. ‘눈알은 대낮이라 바짝 졸아들어 세로로 본 호박씨 모양을 했는데 치켜 올라간 눈썹을 따라 바깥쪽이 위로 들려 눈빛이 더욱 영맹스럽다… 그 망막에 촉촉한 물기가 느껴진다. 눈알을 그린 후 물붓을 슬쩍 덧댄 것이다….’
 책은 <송하맹호도>의 미덕을 조화롭게 호랑이 주변의 여백을 좁히며 분할한 데서 찾는다. 버드나무의 꾀꼬리 한쌍을 응시하는 말 탄 선비의 정경 그림(김홍도의 <마상청앵도>)에서는 이들 소재와 위에 덧붙은 제시 사이의 여백을 뜯어보고는, 보이지 않는 시선의 힘을 재발견한다. 붓선은 끊겼으되 속뜻이 절로 이어지는 ‘필단의연(筆斷意連)’의 경지를 버들가지 이파리의 나부낌에서 발견하는 대목은 인문적 내공의 진수를 보여준다. 주역의 태극 구도를 담은 정선의 <금강전도>, 아비의 정을 담은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를 응시한 저자가 내린 결론은 ‘조상들의 마음은 늘 자연을 향해 열려 있었다’.
 <…강산무진도>는 온갖 험한 산세와 속세의 풍경이 얽힌 8m가 넘는 파노라마 횡권 그림 한폭을 분석한 400여쪽 분량의 노작이다. 집필준비를 위해 화원 이인문의 온갖 화적을 샅샅이 수소문하고, 수년간의 주역공부를 마다하지 않았다. 중국풍 화원 그림이라는 이유로 묻혔던 이 그림에 그린 이의 가계와 화법, 그림 속 사상배경에 대한 집요한 고찰이 가해졌다. 그 결실로 조선왕조의 성리학 통치이념 자체를 형상화한 유기적 그림이라는 독특한 결론이 책 말미를 빛낸다. 
 의궤를 주로 연구한 중견학자 이성미씨가 정년 퇴임을 맞아 후학 9명과 공동집필한 <조선왕실의 미술문화>(대원사)는 한동안 도외시됐던 전통 궁중미술의 장르를 종합정리한 개설서다. 궁중기록 보고인 의궤, 왕실의 미술후원, 왕릉도, 궁중화원제의 변천사 등 왕실의 미술문화를 실증적으로 갈무리했다. 방병선 고려대 교수가 쓴 역작 <조선왕조실록으로 본 조선도자사>(고려대 출판부)는 왕실 그릇 납품과정과 왕립 도자기 생산소(분원)의 변천상 등을 실록의 생생한 기록을 추려 정리하고 있다.
 서울대박물관 수요교양강좌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첫 시리즈인 <한국의 미술가>(사회평론)도 나왔다. 안견, 김명국, 정선 등의 전통화인들과 장욱진, 김환기 등의 근대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안휘준, 이내옥, 정형민, 진준현씨 등의 전문연구자들이 알기 쉽게 길라잡이 한다. 이밖에 여성계 최초의 고고학자이자 첫 국립박물관장이 된 원로학자 이난영씨의 회고록 <박물관 창고지기>(통천문화사)도 읽을거리다. 여성 학예사로서 겪었던 남성 상관들과의 갈등, 유물 관리의 일화,금속공예 전문가가 된 사연들을 전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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