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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4 18:09 수정 : 2006.02.24 18:09

일제때 일본 화로 장식 수난

“일본사람들 정말 징하네요. 어떻게 이런 문화재를…”

23일 저녁 서울 통인동의 한 한정식집에서는 문화재 전문가들과 취재진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들 앞에 정교한 목판 4짝으로 사면 외곽을 둘러 만든 일제시대의 화로(사진)가 놓여 있었다. ‘이로리’로 불리우는 일본 화로다. 사면 바깥판을 장식한 목판들은 알고보니 조선 후기 간행된 교화용 책인 〈오륜행실도〉를 직접 찍은 희귀본이었다. 화원풍의 정밀한 그림과 정갈한 한글서체를 함께 새긴 이 목판은 조선의 고판화문화를 대변하는 명품이었으나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었다.

치악산 명주사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처음 공개한 이 목판 화로는 서울 왕십리의 일제시대 가옥에서 발견된 뒤 고미술상의 손에 들어갔던 것을 입수한 것이다. 경북대 남권희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판목의 양쪽 여백을 잘라낸 뒤 화로의 장식용으로 썼다는 점에서 우리 문화재 수난사의 쓰라린 단면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오륜행실도〉는 부자(父子)·군신(君臣)·부부(夫婦) 등 유교적 오륜에 모범을 보인 위인 150인의 행적을 담은 책으로, 정조 21년(1797년)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종합해 간행된 뒤 철종 10년인 1859년 다시 나왔다. 단원 김홍도의 화법으로 추정되는 삽화가 곁들여진 뛰어난 판화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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