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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말 삶창 회원들이 르포문학 수강생들과 구로시장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 삶이 보이는 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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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작가 모임 ‘삶이 보이는 창’
“밑바닥 사람들에 보내는 깊은 애정과 그들 삶을 잘 기록하겠다는 열정으로 뭉쳤다.” 김순천(42·여)씨 등 ‘삶이 보이는 창’(삶창) 르뽀 모임은 주류들 눈에는 좀 모자라거나 대하기 거북스런 존재일지 모른다. 세상 흐름을 잽싸게 간파해, 보다 많이 팔리고 읽혀야 능력 있다고 대접받는 세태에서 그들은 이방인이다. 이들은 삶의 중심 대신 언저리를 깝짝대며 자기만족에 빠지는 글쓰기를 단호히 거부하면서 모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삶창은 2003년 8월, 김씨와 김기선, 정혜주, 김수정씨 등이 주도해 첫 모임을 가졌다. 김씨 같은 르포문학 전문 작가에서 건축사, 사진가, 법률사무소 직원, 중학교 교사, 방송작가, 대학생, 공무원, 취업준비생 등 다양하다. 이들의 글쓰기는 소외 현장을 파고들어 휴머니즘과 희망을 일궈내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은 제1기 르뽀문학교실에 참여한 문학지망생들과 함께 2003, 2004년 두해에 걸쳐 수십명의 청계천 사람들을 인터뷰한 첫 르뽀집 <마지막공간>을 냈다. 지난달엔 1, 2기 르뽀문학 수강생이 함께 참여해 비정규직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부서진 미래>을 발간했다. 자료 찾고 글 쓰고, 토론하고, 수정하고 편집하는 과정 등 1년 반 이상 걸려 나왔다. 서울대병원 간병인 정금자씨 이야기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인 박동자씨가 정씨를 15번 넘게 찾아가 인터뷰하고 글쓰고 또 고치면서 ‘생명, 경쟁할 수 없는 영역’으로 빛을 봤다. 삶 창의 글쓰기 작업은 주제 선정을 위한 공동토론으로 시작한다. 이어 주제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불러 강의를 듣는다. 소설가 조세희·김하경씨, 평론가 이명원씨, 사진작가 오동명씨,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 정지환 <시민의신문> 편집국장 등 문학·노동·언론계 인사 등을 초빙해 스승삼았다고 한다. 표정·몸짓·시선…현장 느낌 그대로“소외 보듬는 희망의 글쓰기가 목표” 이들은 요즘 세번째 르뽀집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작년 11월 문을 연 르뽀문학교실 3기생들과 ‘삶을 만들어 내는 주거공간’을 취재·기록중이다. 쪽방, 비닐하우스, 고시촌 등이 그들 시선에 잡힌 것이다. 김씨는 “삶창은 현장 사람들의 말투, 몸짓, 시선, 표정, 심리 등 세세한 것까지 포착해 기록하면서 그들과 늘 교감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그들의 부서질 듯한 현재 삶에 희망을 불어넣는 게 꿈이고 존재이유”라고 했다.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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