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정체성 문제 등 파장 예고
학술적 검증 여지 많아 신중히 접근해야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1906-65) 선생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안타깝게도 친일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1942년 독일에서 만주국(일본이 1932년 중국 북동부에 세운 괴뢰국가)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지휘한 영상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애국가'의 원곡인 '한국 환상곡'도 바로 이 만주국 기념 음악의 일부 선율에서 따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돼 자칫 '애국가'에 대한 정체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 안익태의 친일행적? = 안익태 선생의 친일행적 여부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가 바로 일제시대 안 선생이 일본에서 '일본 축전음악'을 지휘했다는 사실.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안 선생의 스승이기도 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의 '일본 축전음악'을 안 선생이 일본에서 직접 지휘했다는 기록은 학계에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영상물은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음악학과에 재학 중인 송병욱 씨가 독일 영상자료실인 트란지트필름으로부터 입수한 것. 안 선생이 만주국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음악을 직접 작곡.지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영상물은 1942년 독일 베를린 구(舊) 필하모니 홀에서 열린 연주회를 녹화한 것. 만주국 축전음악은 그동안 악보도 없었고 안 선생의 작품 연보에도 나와있지 않았던 곡이다.
자료를 입수한 송씨는 "안익태 선생에 대한 연구물이 너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유럽 현지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게 돼 당혹스럽다"며 "당시 일본에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상황은 이해하지만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애국가'도 정체성 논란일듯 = 한편 송씨는 월간 객석 3월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애국가'의 원곡인 '한국 환상곡'이 이 만주국 축전음악의 일부 선율과 매우 흡사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영상물에 나오는 만주국 축전음악에는 '한국 환상곡'의 합창 부분 '무궁화 삼천리 나의 사랑아, 영광의 태극기 길이 빛나라'와 '화려한 강산 한반도, 나의 사랑 한반도 너희뿐일세'의 선율과 거의 흡사한 선율이 등장한다는 것. 물론 만주국 축전음악의 가사는 '한국 환상곡' 가사와 전혀 다르지만 문제가 되는 이 합창 부분의 선율은 누구나 들어도 두 작품이 동일하다고 느낄 정도라는 게 송씨의 주장이다. '한국 환상곡'은 안 선생이 1936년 작곡한 뒤 1938년 더블린에서 초연한 것으로 돼 있어 두 곡 중 어느 것이 먼저 작곡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선율이 비슷하다는 바로 그 합창 부분은 1950년대 이후에 추가된 것이라게 송씨의 설명이다. 송씨는 "만주 축전음악과 '한국 환상곡' 중 어느 곡이 먼저 작곡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제를 찬양한 곡의 선율을 '한국 환상곡'에 다시 사용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앞으로 좀더 자세한 연구를 통해 학술적으로 검증돼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 환상곡'의 일부 선율이 일제를 찬양하는 작품의 선율과 비슷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애국가'에 대한 정체성 논란은 충분히 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환상곡'은 아름다운 조국의 강산(1부)과 일제 하의 암울한 모습(2부), 광복의 기쁨(3부), 한국 전쟁의 처절함(4부) 등을 묘사한 곡으로 애국가는 이 중 3부에 등장하는 합창 부분에서 따온 것이다. '애국가'에 대한 정체성 논란 역시 이번은 처음은 아니다. 1960년대 한국을 방문했던 한 불가리아 지휘자가 애국가 선율이 불가리아 민요와 비슷하다고 주장, 이른바 '애국가 표절시비'가 인 바 있다. 지난해에는 애국가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안익태 연구저서 '안익태'의 저자인 충남대 전정임 교수는 "이 모든 게 안익태 선생에 대한 연구자료가 너무도 부족한데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안익태 선생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 음악사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한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윤영 기자 y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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