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9 21:37
수정 : 2006.03.09 21:37
‘창비 어린이’ 특집…한자말 일본말투 피동형 등 오류 많아
외국 어린이문학작품의 번역이 어린이의 눈높이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지적됐다.
<창비어린이>(창비 펴냄)는 2006년 봄호에 ‘번역, 얻은 것과 잃은 것’ 특집을 실어 어린이 문학 번역의 문제점을 검토했다.
신정숙(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편집간사)씨는 번역동화 문장 가운데 한자말, 일본말투가 많다고 지적하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우리말을 살려 쓸 것을 제안했다. 신씨는 ‘밀랍인형처럼 얼굴이 하얀 소녀’(<삐노키오의 모험 1> 111쪽), ‘은근히 매료시켰다’(<바다소> 9쪽)를 각각 ‘핏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소녀’, ‘마음을 홀렸다’로 고쳐쓸 것을 제안했다. 또 ‘환한 미소를 지으며’(<지구별에 온 손님> 26쪽), ‘매일 아침마다’(<맨발의 겐 1> 138쪽)는 일본말투로서 ‘환하게 웃으며’ ‘아침마다’가 적당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특히 “직역투 서양말법이나 피동형은 우리말법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동전을 필요로 하는’(<우리 누나> 12쪽)→‘동전이 필요한’, ‘빨간 눈의 남자’(<시간의 주름> 180쪽)→‘눈이 빨간’, ‘나무로 지어진’(<우리 누나> 25쪽)→‘나무로 지은’ 등. 수사를 체언 앞에 쓰는 관행도 지적 사항.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염소’→‘늑대와 아기염소 일곱마리’.
한혜정(부산대 강사)씨는 ‘언어유희’를 번역할 때 발음의 유사점을 살리며 의역하거나 자세한 각주를 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번역본 8종을 검토한 결과는 직역반, 의역반. 예를 들면 체셔 고양이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 아기가 ‘pig’로 변했는지 ‘fig’로 변했는지 묻는 장면. 직역을 하면 △영어병기 △무화과 뜻풀이 △영어발음 설명 등 비교적 충실한 반면 의역에서는 △돼지/도라지 △돼지/후추 △엉뚱한 문장 변환 등 본래뜻을 살리거나 망치거나 뚜렷이 구별됐다.
한편 독자 송아름씨는 “책을 읽다 웃음보가 터져야 할 대목에서 ‘아, 이런 게 재미있나 보구나’하고 머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슬프다”고 번역의 현실을 꼬집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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