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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0 12:05 수정 : 2006.03.20 12:05

타계 50주기 맞아 '화가 이중섭 생각' 펴내

"중섭도 고갱처럼 자신의 그림을 불살라 버리려 했는데 내가 그의 그림을 불사르지 않고 세상에 남아돌게 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46-47쪽)

원로시인 김광림(77) 씨가 화가 이중섭(1916-1956)과의 인연을 시와 그림, 그리고 여러 비화를 담은 평전 형식으로 엮어낸 '진짜와 가짜의 틈새에서-화가 이중섭 생각'(다시 펴냄)을 출간했다.

김씨는 중학생 신분이던 해방직후 1947년 원산에서 이중섭을 처음 만나 그가 작고한 1956년까지 인연을 맺었다. 김씨는 군장교 복무시절 이중섭의 요청에 따라 외출을 나올 때마다 군보급품 박스 속에 있던 양담배 은박지를 수집해 그림의 재료로 전해줬던 장본인이다.

알려져 있듯 이중섭은 1955년 미도파 백화점 전시회와 대구 미공보관에서 잇따라 개최한 개인전의 결과에 실망과 충격을 받아 정신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무렵 대구에서 김씨를 만난 이중섭은 극도의 자기혐오 속에서 그림을 불살라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중섭은 개인전에 전시되지 않은 대부분의 미완성 작품과 은박지 그림, 그리고 소품 등 한 뭉텅이를 아무렇게나 말아 가지고 불태워 달라기에 그러겠다고 받아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면서 "나는 이 그림을 고스란히 보관했다가 이틀 후 중섭과 함께 묵고 있는 태응(작가 최태응)의 요청으로 반환했다"(68쪽)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과 소품들이 구제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번 책에서 '이중섭 생각' 연작시와 '소야, 이 땅의 황소야' 등 그동안 발표한 이중섭 관련 시편들을 그의 그림과 함께 엮었다. 그는 이중섭은 시인의 마음을 가진 화가였고, 그의 그런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다수의 시를 썼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김씨는 "요즘 매스컴에서 들먹이는 이중섭 그림의 진위 시비는 세속적 의미의 사기성을 띠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손상된 이중섭의 이미지를 바로 되살리기 위해 이번 책을 쓴 것이다.

그러면서 "이중섭 그림의 진위를 판별하는 수법으로 종이의 제작년도가 문제시된다"며 "전선에 복무하던 내가 모아다 준 C레이션(군보급품) 속에 들어 있는 럭키스트라이크 담뱃갑 은박지가 진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160쪽. 9천원.

http://blog.yonhapnews.co.kr/chuuki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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