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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진과 최준 발달장애 2급인 최준 군(16)이 1일 삼청각 예푸리에서 ‘춘향가’ 발표회을 앞두고 관람을 온 말아톤 배형진군을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배형진 어머니 박미경씨, 최준, 배형진, 최준 어머니 모현선씨.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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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진군, 발달장애 명창 최준군 공연 관람
달리기 '말아톤'과 판소리 '말아톤'의 두 주인공이 만났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배형진(24) 군이 어머니 박미경 씨와 함께 1일 오후 삼청각에서 열린 발달장애 명창 최준(16.고명중 3학년) 군의 판소리 '춘향가' 발표회에 '응원 관람'을 온 것.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7시30분께 공연장에 도착한 배군은 무대 뒤로 들어가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최군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둘은 이날 서로 초면이나 다름 없었지만 마치 친형제처럼 반가워하며 포옹을 했다. 배군의 어머니 박씨와 최군의 어머니 모현선씨도 다정히 인사를 나눴다. 박씨는 "얼마전 최군이 공연을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삼청각에 문의를 했더니 최군의 어머니가 바로 전화를 주셨다"며 "그 아픔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공연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배군도 "동생을 만나니까 어떠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좋았어"라고 답했다. 한편 만우절에 열린 이날 공연은 정말 '거짓말' 같은 무대나 다름이 없었다. 공연의 주인공 최군은 생후 30개월 때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자폐아. 평소엔 어머니의 '통역'이 없으면 의사소통도 힘든 상태임에도 무대 위에서 만큼은 전혀 장애가 느껴지지 않는 소년 명창으로 돌변했다.처음엔 언어치료를 목적으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소리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면서 지난해 10월엔 종로 전국 청소년 국악 경연대회에서 중등부 우수상을 수상하고, 판소리 발표회도 열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이날 공연에서도 어른들도 외우기 힘든 긴 판소리 사설과 창(唱)을 최군이 무려 1시간 반 가량 쉬지 않고 줄줄 외워 부르자 150여 좌석을 가득 메운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최군의 발음은 다소 부정확했지만 목청 만큼은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고도 남을 만큼 우렁찼다. 객석 곳곳에선 '얼씨구' '잘한다' 등 추임새가 신명나게 이어졌다. 특히 최군이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방자를 흉내내는 대목, 이도령이 글을 읽으며 춘향 생각을 하는 대목, 이도령과 춘향이 업고 노는 대목 등에선 웃음도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엔 최군이 재학 중인 고명중학교 교장.교감 선생님과 담임선생님, 같은 반 친구들 30여 명도 단체로 관람을 와 눈길을 끌었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인 박송희 명창도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난 뒤 박 명창은 "아직 공력은 부족하지만 박자와 음정이 정말 정확해 놀랐다"며 "저렇게 되기까지 부모님의 뒷받침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니 너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배군의 어머니 박씨도 "너무 대견스럽다"며 "준이가 소리를 할 때 만큼은 장애아가 아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의 환호와 박수가 끊이질 않자 최군은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무대에 등장해 "민요 두 개 부를께요"라며 짧은 민요 두 곡을 앙코르로 선사했다. 어머니 모씨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마침 내린 단비처럼 이날 공연이 준이에게도 단비 같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윤영 기자 y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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