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1 20:27
수정 : 2006.04.11 20:33
일제 수탈 ‘오구라 컬렉션’ 1100여점 한글 도록 나와
‘오구라 컬렉션’이란 이름은 국내 문화재 동네에서 일제시대 문화재 수탈을 뜻하는 대명사로 받아들여진다. 오구라는 일제 강점기 대구에서 전력회사를 경영하며 치부했던 일본 실업가 오구라 타케노스케(1896~1964)다. 컬렉션은 그가 1922년부터 52년까지 주로 조선 땅에서 금력과 완력을 부려 거둬들인 숱한 문화재 1100여점을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 고대 한반도의 최고급 금속·목공예 유물로 이뤄진 컬렉션은 패전 뒤 일본땅으로 고스란히 건너가 80년대 초반 그의 아들에 의해 도쿄 국립박물관에 기증되었다. 64년 한·일 국교 교섭 당시 정부는 반환요청을 했지만, 사설 컬렉션이란 이유로 결국 돌아오지 못한 비운의 문화재 꾸러미가 바로 오구라 컬렉션이다.
도쿄 국립박물관에 있는 오구라 컬렉션 유물의 전모를 컬러판 사진, 한글 설명으로 볼 수 있는 한국판 도록이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공예연구실이 99년부터 2002년까지 4차례 실시한 유물 조사 결과를 담았다. 고고, 회화, 조각, 공예, 전적, 복식 분야별로 전시기 유물을 망라했다.
도판의 유물 사진들은 고고하면서도 찬란하다. 경남 창녕 출토로 알려진 5~6세기 신라 금동관모는 고깔모양 뚫음무늬 모자에 양날개 장식을 단 명품이며 푸짐한 몸집의 9세기 통일신라 금동불은 유일한 비로자나불 입상으로 유명하다. 은판을 오려 붙이고 포도 당초문을 정성스럽게 넣은 통일신라시대 육각형 용기인 ‘은평탈육각합’은 국내에는 같은 종류가 없는 지고의 보물이다. 유물들 가운데 일본 중요문화재 8점을 포함해 39점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컬렉션의 가치를 짐작케 한다. 유물 전체 목록과 사진·해설 등은 한글과 일문으로 나눠 실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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