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1 20:33
수정 : 2006.04.1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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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에트루리아 신전 장식, 아풀라산 적회식 앙포라, 도리스식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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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이집트~르네상스·중국·일본
손으로 색 입힌 도판 1300점 수록
80년전 이탈리아 발행 한국편 없어
원본 잘 살린 인쇄로 역수출 추진
이드푸 신전 기둥·성소피아 성당의 천장·페르시아 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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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황궁 장식(왼쪽), 일본의 문양(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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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겹 케이스를 벗기고 묶인 끈을 끄르고 표지를 들추면 아! 이집트 신전 기둥, 성소피아 성당 벽장식, 성당의 성가대석 천장, 흑도자기, 페르시아 카펫….
<형태와 색채의 양식>(줄리오 페라리 지음, 고종희 옮김, 타라안티쿠스 펴냄, 모두 4권)은 가로31×세로42.5cm 크기 흑백 14, 컬러 176쪽에 1300여점의 손그림 도판을 수록했다. 신전, 궁, 주택, 성 같은 건축물에서부터 바닥재, 조각상, 도자기, 모자이크, 화병, 테라코타, 벽화에 이르기까지 수천년 동안 축적된 서양미술이 문양과 색채로 분광되어 오롯이 담겼다.
‘형태와 색채의 양식’ 한국판 출간
기원전 25세기 ‘이집트 제4왕조 이드푸 신전의 창 장식’을 시작으로 앗시리아, 페르시아, 초기 그리스도교, 비잔틴, 이슬람을 거쳐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거쳐 ‘세밀화에서 모사한 알파벳 C의 장식’으로 끝 맺는다. 4천년 시간을 샅샅이 훑어내리는데 족히 두세 시간이 걸린다. 중국과 일본의 것도 일부 포함됐지만 한국 것은 없다.
이 책은 본디 80년 전인 1925년 이탈리아 북부 산업도시 토리노에서 펴낸 것으로 발간 총책임자는 당시 로마산업미술박물관장인 줄리오 페라리. 발행인은 서문에서 “오늘날 세간에는 골동품 가게에 나와 있는 몇몇을 제외하고 과거의 유산들을 한 곳에서 볼 기회가 없다. 고로 건축가, 화가, 기술자 및 산업현장의 장인들에게 현존하는 최고의 출판기술을 동원하여 각 나라 예술의 형태와 색의 아름다움을 모아 제공하는 것이 목적”임을 밝혔다. 그 때 이미 사진기술이 있었는데도 6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색을 입히는 수작업을 택함으로써 “눈앞에 보이는 것을 넘어 풍속, 문화, 종교, 사회적 관행과 민족, 역사의 잠재의식까지 드러내고 있다.
500부 한정판으로 다시 복원해 낸 타라안티쿠스 박경주 대표는 “처음 이 책을 본 순간 자료의 방대함에 놀라고 컬러 사진보다 아름다운 채색에 반했다”며 “주변에서 보는 문양과 색채의 근원이 바로 여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이 고갈된 이때 원천으로 돌아가면 거기서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산업현장에서 당장 활용이 가능하며 학계에서도 서양미술사 연구의 기초자료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고서가 서울에서 원본보다 훌륭하게 재탄생한 것은 인쇄기술의 승리이기도 하다. 도판의 수수하고 품격있는 느낌이 살아나지 않아 인쇄 전문가 10여명이 머리를 맞댄 결과 본래그림이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는 실크스크린 인쇄임이 밝혀졌다. 인쇄 잉크의 색깔, 분사 위치와 방식을 보정하는 등 닷새동안의 사투를 거쳐 원본과 똑같은 느낌을 되살려냈다. 출판사쪽은 이탈리아 역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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