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2 23:03
수정 : 2006.04.13 10:26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혹은 패션 세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 홈페이지에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는 학생들이 많다. 나는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겠다는 이들에게 패션 세계가 화려하기보다 고된 일로 가득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열심히 할 수 있으니 시켜만 달라고 한다. 나는 이틀 정도 일해 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대부분 하루만에 자신에게는 안 맞는 일이라며 그만둔다. 문자라도 보내는 사람은 예의라도 있다.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는 이들도 있으니. 그들은 이런 말을 한마디씩 덧붙인다.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이번 주에 하루 일했던 ㅅ대 의상학과 졸업생은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하는지 몰랐다는 말까지 하며 그만 두었다. 공주처럼 앉아서 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도대체 왜 이런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패션 세계에 꿈을 갖는 학생들이나 졸업생의 일부가 케이블 방송에서 보여주는 허상과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무작정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스타일리스트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을 꾸며주는 일이다. 그러나 단지 예쁘게 꾸며주는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옷을 입는 사람의 현재 상황과 심리 상태까지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이 모델일 경우에는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확실히 생각한 뒤 모델과 매체의 성격을 고려하여 연출해야 한다. 광고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면서도 제품이 더 기억이 남을 수 있게 조절해야 한다. 영화 포스터는 물론, 영화와 드라마와 같은 것은 극중 인물의 성격이 스타일을 통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련한 여주인공은 정말 가련한 느낌이 들도록 색깔부터 소재까지 생각해야 한다. 가수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노래의 성격에 따라 가수를 새롭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제품도, 배우의 연기도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런 것을 알려면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만 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느껴야만 한다. 영화를 보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대의 의상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전시회를 많이 보고 색감을 배우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내와 노력이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촬영을 위해서 삼일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도 있고, 사막과 숲,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하는 때도 있다.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내와 노력, 그리고 책임감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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