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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7 21:53 수정 : 2006.04.17 21:53

관객들로 붐비는 베이징 아트페어 전시장 들머리의 모습이다. 바이올린을 붙인 거장 백남준의 영상 설치작품이 눈길을 끈다.

뉴욕 휩쓴 중국미술 인기 실감
국내 화랑 “팔기보다 사련다”
중국작가에 ‘줄대기’ 여념없어

중국작가는 돈이다…사재기 열풍

“한국 화랑들은 정말 만나기가 두려워요.”

웃는 사내들 군상 그림으로 유명한 중국 현대미술의 간판작가 유에민쥔의 푸념이다. 그는 “비디오 등의 한국 현대미술품들은 세련된 느낌이지만 화랑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접근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파스텔톤 인물화를 그려온 인기작가 쟝 샤오강도 “한국 화랑들을 피해 다닌다”고 했다. 12일 밤 중국 베이징 현지의 개인전 전시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결같이 ‘한국 화랑 노이로제’를 호소했다.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그들은 왜 한국 화랑 기피증에 걸렸을까.

그 의문을 13~16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 도심의 외대가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화랑박람회(베이징 아트페어)를 보고 풀 수 있었다. 한국과 중국, 미국, 유럽 등 세계 17개 나라의 98개 화랑이 참여한 이 미술 장터에는 전례없는 중국 미술품 사재기 바람이 불었다. 진원지는 지난달 31일 열린 미국 뉴욕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였다. 경매 매출액의 80% 이상을 휩쓸면서 점당 5억~9억원대에 낙찰되어 세계 미술계를 경악시킨 중국미술 태풍은 어김없이 이곳에도 휘몰아쳤다.

12일 전문가, 언론인을 위한 프리오픈 행사부터 사재기는 시작됐다. 화랑쪽 부스에 내걸린 위에민진, 펭젱쥐, 왕광위 등 인기작가와 청년 작가들 작품은 유화, 판화, 조각 등에까지 대부분 매각표시인 빨간 딱지가 붙었다. 중국 작가=돈이라는 동물적 판단이 거래를 좌우했다. 포도주잔 기울이며 우아하게 둘러보던 프리뷰 행사는 중국 작품을 선점하려는 화상, 딜러들 잔치로 끝났다. 갤러리 현대, 국제 갤러리, 가나아트, 표갤러리 등 14개 국내 참여 화랑들도 대부분 망설임없이 그 대열에 끼었다. 대다수 화랑계 인사들은 부스의 판매 현장보다 현지 작가, 화랑주·딜러들과의 구매 상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수요가 달리면서 주요 인기 작가들의 작품을 시장에서 구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람회장에서는 아트페어 전부터 연줄로 유력 작가와 선을 댔다는 몇몇 화랑주들의 극성어린 무용담(?)이 나돌았다. 대표작가를 키우자는 당위론 대신 어떤 경로로 중국 작가들과 친분을 쌓고 작품 구매선을 확보하느냐가 관심사였다. 갤러리 현대의 부스 책임자인 도형태 두아트 대표는 “솔직히 팔기보다는 사려고 왔다”면서 “오래 전부터 현지 작가들과 친분 쌓기에 힘쓴 덕에 상당수 작품을 확보했다”고 자랑했다. 거래 작가들의 가정사까지 줄줄 꿴다는 그는 올 6월 예정된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 중국 작가들 작품을 절반 이상 출품할 생각이라고 했다.

국내 참여 화랑은 1회 때 21개 업체가 떼지어 몰려갔던 데 비하면 14곳으로 줄었으나 중국작가와 국내 원로·중견·신진 작가들까지 상품성 높은 작업들을 대거 망라하는 ‘올인’ 전략’이 두드러졌다. 박서보씨의 구작이 팔리고, 젊은 캐릭터 한국화가 손동현씨와 청바지 풍경화의 최소영씨, 박성태씨 등이 주목을 받았다. 장샤오강 등 중국 중견 작가들의 판화들을 집중적으로 내건 일부 중국통 화랑들도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카이스 갤러리 유명분 대표는 “국내 화랑에 전시중인 중국 청년작가들 작품이 현지 전람회장에서 국내 판매가보다 2배 이상 뛴 값에 거래되더라”며 “국내 판매가로는 작품을 되살 수 없어 우울하다”고 했다. 한편 화랑협회쪽은 개막 첫날 오후 위에민쥔, 팡리쥔 등 중국 대가들과의 기자회견을 연다고 예고했다가 나오지 않자, 왕두 등 다른 작가 2명을 급히 대체 인사로 불러 모으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베이징/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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