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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8 19:38 수정 : 2006.04.18 19:38

서울옥션 ‘불화’ 압수사건, 안일한 감정·허술한 관리 합작품

‘도난 문화재를 되찾으려면 경매시장을 찾아가라?’

최근 문화재 동네에는 자조섞인 괴담이 떠돌고 있다. 경매사 서울옥션이 미술경매 도록에 선암사에서 도난당한 팔상도 불화를 실었다가 경찰에 압수당한 사건(<한겨레>12일치 12면)을 빗댄 말이다. 국내 최대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지난해 이중섭 위작 파문이 불거진 뒤 출품작 감정과정의 전문성 강화 등을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약속이 빈말에 불과했다는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옥션쪽은 경찰이 수사중인 문제의 불화를 내부 감정위원 검토를 거쳐 도록에 올렸다면서 고객들에게 해명 공문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이학준 상무는 “소장자가 정말 믿을만한 컬렉터여서 수집경위 등을 수사하듯 따질 수는 없었다”“도난 목록도 발행처별로 내용이 달라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학계의 눈초리는 마냥 싸늘하다. 선암사 팔상도는 국립중앙박물관이 60년대 조사한 뒤 97년 <미술자료>에 도판을 실었고, 선암사 성보박물관 도록은 물론, 조계종의 <도난문화재 백서>에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고미술시장에서 팔상도는 보통 첫 추정가만 1억원을 뛰어 넘는 ‘고가 상품’임을 감안할 때 수집 경위 검증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장 고경 스님은 “선암사 팔상도는 상당수 논문과 자료집 등에 관련 도판들이 실려있어 전문가에게 귀동냥만 했어도 도난사실을 파악했을 것”이라며 “눈앞 수익에 급급한 듯한 옥션쪽 대처가 화를 불렀다”고 일갈했다.

한편 옥션쪽은 출품 취소 이유에 대해 단지 소장자와 불화 추정가에 대한 이견때문이었으며, 도난사실은 경매 뒤 알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고미술계에서 이 말을 믿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고미술상 ㄱ씨는 “도록에 불화가 실린 직후 장물이란 소문이 금새 퍼졌는데, 고미술시장에 막강한 정보망을 지닌 옥션이 전혀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도난문화재 관리체계의 구멍도 커보인다. 선암사 팔상도는 옥션쪽이 참고한 2004년 문화재청 발간 도난문화재 도록에는 없고, 99년 조계종 발행 도난문화재 백서에는 실렸다. 선암사쪽은 80년 불화 도난당시 신고를 했다고 밝혔으나 당시 수사 기록은 여지껏 오리무중이다. 이런 형편이니 경매 도록을 보고 도난 문화재를 찾으라는 권유(?)가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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