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9 23:32
수정 : 2006.04.20 10:35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짝짝이 패션’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작가는 이렇게 물어 왔다. “정말 이런 패션이 있나요? 도대체 이런 패션은 어느 나라에서 시작된 걸까요?” 그리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덧붙였다. “짝짝이로 입어서 예쁠까요?”
얼마 전부터 조용히 눈에 띄기 시작하던 ‘짝짝이 패션’이 이제 제법 유행의 대열에 끼게 되었나 보다. 시모네 카솔라와 잭 레이라는 한 신발 디자이너에 의해 만들어진 신발이 화제가 되면서 표면화 된 이 패션은 단지 어느 나라에서, 혹은 누구인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패션은 일본의 대중에 의해서, 혹은 마돈나에 의해서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최근 일고 있는 몇 가지 패션은 소비자가 만든 유행이다.
시대는 이제 한 가지 문화나 한 가지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형태로 섞인 복합적인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으로 인하여 한 가지 것에, 혹은 기존에 나와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감각에 맞게 응용하여 새롭게 만드는 힘이 소비자들에 생겨났다.
몇 해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그라피티(Graffiti) 패션 또한 비슷한 예가 될 것이다. 그라피티는 벽에 낙서를 하는 젊은이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에서도 그라피티를 이용한 가방이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디자인은 스티븐 스프라우스가 소피아 코폴라의 루이비통 가방에 낙서를 해주었고, 이것을 본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가 영감을 받아 제품으로 만들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소비자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시대가 된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짝짝이 패션’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신만의 감성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귀걸이 중에서 서로 어울릴 만한 것을 찾아 사용하게 되었다. 저렴한 벙어리장갑을 두가지의 색상으로 구입해서 서로 짝짝이가 되게 착용하게 된 것을 보고, 생산자는 영감을 받아 제품화 시키게 된 것이다.
우선 ‘짝짝이 패션’은 서로 상반되는 모양이 이루어 져야하는 세트(Set) 아이템에서 시작된다. 한쪽은 십자가, 한쪽은 천사 모양의 귀고리처럼 완전히 다른 디자인의 귀걸이부터 시작해서 한쪽은 줄무늬, 한쪽은 꽃무늬와 같이 패턴이 다른 양말이나 장갑, 운동화 같은 것들이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인테리어 업계에도 영향을 주어 색상이 다른 옷장을 구입하여 대칭이 되게 연출하거나 디자인이 서로 다른 의자를 같이 놓아두는 새로운 문화 형태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에는 ‘조화’라는 기본 개념이 필요하다. 개성도 중요하지만 조화롭지 않으면 부담스럽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예전에는 한 짝을 잃어버린 귀걸이는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언제나 서랍 깊숙이 넣어져야 했다. 그러나 이젠 새로운 짝을 맞춰서 예쁘게 연출해보자. 짝을 잃은 귀걸이도 기뻐할 것이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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