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1 20:36
수정 : 2006.04.21 20:36
언론인 출신 김순자씨 섬사람 25명 삶 담아
“‘와치’와 ‘바치’를 아시나요?”
평생 제주땅에 살아오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와치와 바치〉(도서출판 각)가 나왔다.
‘와치’와 ‘바치’는 전문기능인을 뜻하는 사람들에게 붙이는 접미사로, 제주에서는 보통 ‘장인’과 ‘꾼’을 의미한다. ‘갖바치’는 가죽신을 만드는 사람, ‘바느질와치’는 바느질을 잘하는 이, ‘총바치’는 사냥꾼을 말한다.
〈제민일보〉 문화부장 출신인 김순자(42)씨가 20일 펴낸 이 책은 ‘제주의 삶과 문화를 잇는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제주 전통문화를 일구고 가꾸는 무형문화재와, 소박하지만 한평생 자신의 길을 가는 25명의 섬사람 ‘탐구 보고서’다.
10여년 동안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김씨는 무형문화재와 명장은 물론 해녀, 심방(무당), ‘뻥튀기’ 아저씨, 제주지역에서 처음으로 약방 문을 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삶을 차곡차곡 기록해왔다.
이들 가운데는 60여년간 망건짜는 일을 하고 있는 이수여(84·여)씨가 있다. 이씨는 4·3사건 때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뒤 “망건이 서방이고, 내 일”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또 해녀노래로 심금을 울리는 예능보유자 안도인(83·여)씨는 한반도 해안을 샅샅이 훑으며 물질을 나섰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풀어낸다.
김씨가 제주 붙박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채록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제주문화의 소중함과 소박한 아름다움.
김씨는 “상당수 무형문화재는 후보자와 전수생 하나 없어 맥이 끊길 위기에 있고, 취재했던 몇분은 이미 고인이 됐다”며 “이들을 통해 제주문화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이들의 삶과 의지에 강한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주구술사연구소 연구실장이기도 한 김씨는 현재 제주대 대학원(박사과정)에서 제주방언을 전공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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