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작가 한국 입양아 소재 소설에 맹점
WP,기모노 차림 소녀 그림 게재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 작가 앤 타일러가 한국 어린이를 입양한 두 미국인 가정의 이야기를 소설로 다루면서 한국과 일본 문화를 혼동한 나머지 한국인 입양아에게 '기모노'(kimono)를 입힌다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는 30일 주말 서평부록 1면에 타일러의 신작 소설 '미국서 살아가기' (Digging to America)를 소개하면서 일본식 전등 아래에 기모노 차림을 한 소녀의 그림을 게재, 미국 사회의 한국 문화 몰이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타일러는 지난 1997년 사별한 이란계 남편과 살았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과 이란인 이민자 가정간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소설의 주제로 삼았다.
소설은 브래드 도널드슨 부부와 이란계 미국인인 지바 야즈담 부부가 1997년 각각 한국인 입양아를 맞으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공항에서 기다리던중 서로 알게 돼 1년에 한번씩 입양딸들의 도착날짜에 맞춰 가족 모임을 갖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야즈담 부부는 입양딸의 이름을 '숙희'(Sooki)에서 '수전'(Susan)으로 즉시 바꾸는 등 '미국화'에 집착하는 반면, 반대로 도널드슨 부부는 입양딸의 이국적인 요소에 매료된 나머지 이를 살려주는데 몰두한다.
도널드슨의 부인 비치는 심지어 야즈담의 부인 사미에게 "콩이 문화적으로 더 적절할 것 같으니 (입양)딸에게 두유를 먹이라"고 충고하고 있으며,이 같은 간섭은 특히 이란에서 성장, 미국에 건너온 지 31년이나 됐으나 '아웃 사이더' 의식을 갖고 힘든 삶을 살아온 사미의 어머니 마리암의 반감을 산다.
그러나 결국 마리암은 자신이 '아웃 사이더'라는 자의식에 집착하고 이를 강화함으로써 그 스스로 행복을 희생해왔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
워싱턴 포스트는 "작가는 문화적 충돌과 미묘한 열망,미국에 새로온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성공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과연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 가를 일깨우고 있다"면서 "타일러의 세계에는 사소한 것이 없으며, 보통 사람들의 희망과 공포에 대한 그의 관심에는 꾸민 것이 없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와 아마존 닷컴에 따르면 이 소설에서 도널드슨 부부의 입양딸 이름은 남자 이름인 '진호'이며, 이 부부는 입양딸의 이국적 요소를 살려 주려 한국의 민속 우화를 들려주고 '기모노'를 입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타일러는 지난 1989년 소설 'Breathing Lessons'(한국 번역판:종이 시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17번째인 이번 작품은 오는 2일 발매된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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