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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대 언제까지 갈것인가, 녹색평론사, 이필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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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직접 물어본 물음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별로 남지 않았으므로 빨리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답변을 보니, 예전에 내가 느꼈던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여러 가지 통계자료와 그리고, 많은 학자들이 이 저자와 생각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매장량에 대해서도 석유소비 대국 미국이나 최근에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소비량 증가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예상 매장량에 현재 소비량을 나눈 산정방식으로 에너지 고갈의 심각성을 알 수 없고, 비교적 매장량이 풍부한 천연가스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하여도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진단한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화석연료의 감소에 따른 고유가 시대의 예고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고, 앞으로 나의 노후와 자녀들이 살아야할 세상이 걱정 되었다. 그런데, 곧 나는 희망의 씨앗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지금부터라도 그 방향으로 준비를 해 나간다면, 아직은 때늦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도 들게 한다. 그 올바른 선택이란,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바 그대로다. 이 책에서는 그 표현이 잘못되었다고 보고 나도 듣고 동의하는 ‘대체에너지’라는 말 보다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사용이 그것이다. 물론,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면 ‘석유로부터의 해방’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바로 이점에서 이 책의 유익함이 드러나는데, 재생가능 에너지로 보는, 태양광, 태양열, 수력, 풍력 그리고 바이오매스의 실증적인 실용화 가능성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등에서는 이미 원자력을 사용한 에너지 생산을 중단 하고, 풍력을 이용한 발전 분야에서 그 생산량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고, 21세기 중반까지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을 과반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나온 상태다. 내가 사는 아파트 길 건너에는 모 신문사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초록마을’ 체인점이 있는데, 유기농 과일, 야채 그것으로 생산한 과자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잘살기(웰빙) 유행을 타고 생겼을 수 도 있지만, 이 유행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 책의 필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나만 잘살기’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화석에너지는 태생적으로 중앙 집중적인 기술이 요구되고 석유의 경우, 유전의 발굴에서 정제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또한 많은 에너지가 다시 소모되면서,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웰빙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좋은 먹을거리를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한국의 에너지 실태 한국인이 유럽을 다녀온 여행기를 보면 그곳에서 머물렀던 숙박시설이 대체로 추웠다고 적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일면, 문화적인 차이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온돌문화와 서양의 난방 방식은 차이가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통계로 보더라도 유럽 일부 선진국과 일본의 에너지 소비량과 한국의 에너지 1인당 소비량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원인에 대하여 정책의 실패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 예로서 ‘심야전기’의 사용과 관련된 자료이다. 심야전기는 남는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체계로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에너지 낭비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인데, 이 책의 필자는 이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화석연료’ 특히, 원자력 발전의 집착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와 한전에서 원자력 발전의 장점으로 거론하는 공해걱정이 없이 깨끗한, 현재 40%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감히 반기를 들고 나오는 주장을 대중매체를 통해서 쉽게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주장이 상당히 허구라는 사실이다. 저준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놓고 지역간 대립이 일어나고 전북 부안에서와 같이 같은 군민과도 의견이 분열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핵관련 시설에 대하여, 경주와 군산이 서로 유치경쟁을 벌이고, 유치 찬성률 8-90%라는 사실을 통해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그 지역주민이 경제 개발 논리 앞에 원자력 발전의 위험이 얼마나 쉽게 무릎을 꿇게 되는가도 보게 된다. 프랑스 등을 제외하고 유럽에서는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과 재생가능에너지를 기술개발과 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또 다른 현실이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나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가능성에 대해서 막연하게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덴마크가 2030년 전력수요 50%를 풍력으로 충당할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을 정도로 한국의 대다수 사람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하여 너무 무지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민의 자각과 국가 정책의 기본 방향 수정, 지역 중심의 전력공사 설립 등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아직까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정책 수정으로 볼 만한 정책을 최근의 매체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어제 교육방송에서 우연히 보게 된 시사다큐멘터리 ‘석유’에서나 보게 되는 시청률 한자리 숫자의 프로그램에서 뿐이다. 대중적인 토론회나 뉴스에서 언급되는 것은 지금도 ‘고유가 시대’에 대한 절약 차원의 대책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시민의 자각’의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한 필자가 ‘환상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독일의 ‘원자력 없는 미래를 위한 운동’을 보고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구한 나의 화두를 들라면 ‘전기를 적게 쓰면, 그만큼 원자력발전소가 필요 없게 된다’는 것이다. 셰나우 주민들은 결국 주민소유의 전력회사를 만들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권장하고 설치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주위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된 것은 이 책에서 얻은 큰 미덕이다. 핵 발전의 위험성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는 결국 그 ‘대체’로 생각하는 한국에서 ‘원자력 발전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결말로 상당히 많은 분량으로 할애하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와 ‘원천적으로 사고가 나게 되어 있는 장전된 총’에 대하여 지금 당장 폐기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정책전환과 순환 고리를 만들어 그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점차적으로 원자력발전 비율을 줄이면서 폐기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종말을 향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을 계속 할 것인가. 우라늄도 매장에너지이기 때문에 끝이 있는 것이고 더욱이 원천적으로 따라오는 핵폐기물과 방사능 오염은 돌이길 수 없는 지구의 재앙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점차 줄여야 하고, 우리나라 어느 한편에도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분포하는 태양열, 광 에너지,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정책 방향 수정이 있어야 하고, 이를 이끌기 위해서는 시민의 자각과 실천만이 이 정책방향 수정을 이끌 것이고, 누군가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줄 선례를 남겨야 한다.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좋은 선례가 있지만, 우리에겐 그 예를 찾아 보기 힘들다. 이것이 이 책이 나에게 들려준 값진 교훈이다. 꿈에서 얻은 교훈 아침에 눈을 떠서 무심히 자명종 시계를 보니 9시 10분이다. 오늘 아침 조회가 있어서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드니 가슴이 더욱 뛰었다. 그리고 아침밥은 생각지도 못하고 양치질만 하고 택시를 타려고 집 앞을 나왔는데, 오늘따라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몇 분이 흘렀을까. 간신히 택시를 타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10시가 다 되었다. 지금은 회의가 한참 진행 중일 텐데. 그리고 눈을 떴다. 꿈이었다. 그것도 일요일이다. 이렇게, 처음엔 불안했지만, 대안이 잇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희망은 반쪽짜리 희망이다. 우리의 선택과 실천에 따라서 희망이 될 수 도 있고 불행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되었다. 나아가 이 책이 한국의 파수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파국을 볼 것이 뻔한데, 어떻게 방관자로만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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