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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떠나 교단 선 이수호씨 시집 펴내
전교조와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수호(58·선린인터넷고 교사)씨가 시집 〈나의 배후는 너다〉(모멘토)를 펴냈다. 지난해 10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장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주노총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학교로 돌아와 매주 14시간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편의 시를 읽기가 얼마나 힘들며/한 사람을 만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좋은 시 하늘 땅 사이 그 어디에도 없고/천지가 사람이지만 말 붙일 한 사람 없고/집회가 끝나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흩어지고/시는 빈 광장의 휴지처럼 바람에 날리고/”(〈어느 날 어둠은 내리고〉 부분) 전교조와 국민연합, 민주노총 등에서 치열한 투쟁의 현장을 지켰던 이답게 시집에는 집회와 농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그 시들에서는 싸움의 강퍅함보다는 성찰과 배려의 따뜻함이 배어 나온다. “누가/몰래 갖다 놓았을까/농성장 구석/새 양말 몇 켤레/비닐 천막 안/그윽히/난향 넘친다”(〈누가 몰래 갖다 놓았을까〉 전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원래 시를 좋아했죠. 직접 쓰게 된 건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농성을 하거나 해직됐을 때, 감옥에 갔을 때처럼 시간이 나거나 상황이 어려워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생겼을 때였습니다. 발표한다기보다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쓴 시들입니다. 혹시라도 읽는 분들이 공감하고 작은 기쁨이라도 맛보았으면 좋겠어요.”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도 그는 ‘시 읽어주는 위원장’으로 통했다. 매주 월요일 상근자 전체회의 때면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직접 고른 시를 읽고는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부터 좋은 시를 찾아 읽고 베껴 적고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걸 좋아했죠. 전에도 산문집과 동화집은 냈지만, 나이가 들수록 군더더기 같은 게 싫고 가능한 한 짧게 자신을 표현하는 게 좋더라구요. 저 스스로는 시라기보다는 그냥 ‘짧은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 또는 짧은 글들은 일상과 역사, 성찰과 실천을 결합시키고자 하는 열망에서 빚어져 나온다. 그래서 그것들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마치 물처럼. 그 자신처럼. “너는 언제나/고우면서도 빛나면서도/쓸쓸하면서도/폭풍우 몰아치고 캄캄하면서도/넉넉하고 당당하다/나의 배후는/너다”(〈나의 배후는 너다〉 부분)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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