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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7 21:45 수정 : 2006.05.07 21:45

다이애너 오르티스, 카사와, 줄리아나 도그바드지

케네디가의 딸 40여국 순례
치욕·억압의 세계 고스란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문 써
한국어판 출판 행사 잇따라

폭압 맞선 51명의 전사 이야기 ‘진실을 외쳐라’ 출간

다이애너 오르티스

중미 과테말라 고원지대에서 마야족 아이들을 가르치던 미국 우르술라회 수녀. 경찰 조직에 납치당한 뒤 게릴라 활동을 했다고 실토하라는 고문을 당했다. 그들은 담뱃불로 가슴과 등을 지져대고 몇 번이고 집단성폭행을 되풀이했다. 비디오 카메라를 든 경찰관들이 낫을 쥐어주고는 낫 든 손을 옭아쥐고 함께 있던 여자를 마구 찍어 죽였다. 살인 자백까지 강요하던 경찰은 다시 성폭행한 뒤 주검으로 가득찬 구덩이 속에 처박았다. 고문 지휘자는 미국인 게릴라 소탕 전문교관이었다.

카사와

미얀마 남성. 미국 정유회사 유노칼이 보안과 운송, 송유관 건설지원을 위해 고용한 정부 요원들의 토착민 착취와 고문, 성폭행, 강제노동, 살인 만행을 외부세계에 고발하고 있다. 친구들이 죽고 자신도 두번이나 총에 맞았으나 살아남았다. 정글속 카렌족 마을에서 군인들이 말라리아에 걸린 동료를 치료해야 한다며 간호사를 데리고 간 뒤 성폭행하고는 잔혹하게 살해했고, 어머니와 아들에게 성행위를 하라고 강요해 아들이 자살한 사실 등을 폭로했다.

줄리아나 도그바드지

아프리카 가나의 여성. 일곱 살 때 부모 손에 이끌려 사당에 보내져 17년 간 성도착자인 성직자의 성노리개로 살았다. 할아버지가 2달러를 훔쳤다는 게 이유였다. 몇번을 탈출했고, 첫번째 땐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 살려달라고 했으나 나를 받아들이면 신이 자신들을 죽일 거라며 돌려보냈다. 두번째, 세번째는 임신까지 했으나 붙잡힌 뒤 거의 죽을 지경으로 매질을 당했다. 23살 때 탈출에 성공한 뒤 폭압적 관습과 싸우고 있다.


<진실을 외쳐라-세상을 바꾸어가는 인권운동가들>(뿌리와 이파리 펴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난속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곳곳의 유·무명 ‘인권 영웅’들 이야기다. 달라이 라마, 데스먼드 투투, 엘리 비젤, 바츨라프 하벨, 왕가리 마타이, 리고베르타 멘추 툼 등 유명인사들도 있지만 사진으로 얼굴도 드러내 놓을 수 없는 수단의 인권운동가를 비롯해 귀에 익지 않은 나라의 이름없는 인권전사들 사연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들 중엔 저자와 인터뷰한 뒤 살해당한 이도 있다.

존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조카로, 로버트 케네디 인권센터를 설립한 그의 딸 케리 케네디가 2년간 5개 대륙 40여개 국을 다니면서 만난 51명의 이야기를, 퓰리처상 수상자인 보도사진가 에디 애덤스가 찍은 그들의 사진과 함께 2000년에 묶어 냈다. 각기 간단한 소개와 활동이력, 그리고 지은이가 직접 대화한 내용을 인터뷰나 자술 형식으로 생생하게 엮었다. 그들의 놀라운 이력도 그렇거니와 그것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세상의 모순들이 끔찍하다. 세상은 여전히 피와 비명과 수치와 모욕, 음모로 뒤덮여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도 그런 세상과 멀지 않았으나 일상의 우리는 벌써 까마득히 잊고 사는 저 치욕과 억압의 세계가 지금도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뒤덮고 있다니! 세상은 여전히 그렇게 어둡고 절박하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인물들도 등장하지만, 세계의 실상을 드러내는데 그런 이념적 편차들이 방해물이 될 수 없을만큼 현실의 비참은 너무나 강렬하다. 세상은 아슬아슬하나마 그런 전사들의 희생 덕에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로버트 케네디 인권재단 고문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어판 서문을 썼다. 이 책속 이야기들은 아리엘 도르프만이 연극으로도 각색해 존 말코비치, 케빈 클라인, 시거니 위버 등 유명배우들이 출연한 가운데 세계 주요도시들에서 공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로버트 케네디 기념재단 등의 공동주최로 12일 한국어판 출판기념회, 도르프만 연극에 전태일·장준하·문익환 등 한국의 인권운동가 3인 이야기를 더한 퍼포먼스, 그리고 13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에디 애덤스의 사진전 및 한국 인권관련 사진전 ‘진실을 외쳐라’가 열리는 등 6월18일까지 서울 부산 광주에서 여러 한국행사가 열린다. 문의 02)3709-7551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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