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실패 사례 짚은 길잡이 ‘출판창업’ 나와
“누구도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출판사 숫자”라는 우스개가 있다. 워낙 출판사가 많이 생기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판사의 수는 대략 2만 개에 가까울 것으로만 추산된다. 그러면 이 가운데 1년에 책을 한 권이라도 낸 출판사는? 2004년 기준으로는 1715곳뿐, 전체의 10분의 1도 안된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막연하게 출판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이들이 다른 사업에 견줘 투자비용이 적고 무경험자도 접근하기가 쉽다는 이유로 출판사를 차린다. 출판사 창업은 관할 시·군·구 관청에 등록만 하면 끝이다. 그러나 준비 없는 창업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펴낸 <출판창업>은 이런 현실에서 출판사를 실제 차리는 것이 어떤 일이며, 어떤 어려움이 따르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짚어보는 길잡이 책이다. 출판 창업에 대한 안내서로는 처음이다. 책은 조재은 양철북 대표, 한스미디어 김기옥 대표, 고즈윈 고세규 대표, 그리고 최근 출판계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른 ‘1인출판’ 창업인 사이출판사 권선희 대표 등의 이야기를 통해 창업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이들 창업자들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준비 없는 창업은 필패’라는 점을 강조한다. 제목은 출판창업이지만 책은 거꾸로 출판창업을 말리고 또 말리듯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창업 4년차인 양철북 조재은 사장은 “출판사를 창업해서 출간 방향을 정할 때 꼭 자신이 일해왔던 담당 분야의 책을 기획하는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아주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편집자들에게 창업 도움말을 쓴 은행나무 주연선 사장은 “독립하겠다고 마음먹는 편집자라면 편집자 시절에 10만 부 이상 팔린 소위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본 경험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다. 한스미디어를 차려 <아침형 인간>으로 자리를 잡은 창업 3년차 김기옥 대표는 구체적인 자금분야의 흐름을 중시하라고 권한다. 김 대표가 밝힌 한스미디어 창업 당시 기획을 보면, 3년차부터 최소 6% 이상 당기 순이익을 내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며 조직 규모는 매출액 대비 30%의 경상비 수준에서 정하고 경상비 규모는 직원 총 연봉의 3배수로 설정했다. 책은 이런 사례들과 함께 실제 출판사를 차리는 데 들어간 자금의 분석부터 책의 유통과정까지 알아야 될 사항을 점검한다. 출판사에 필요한 각종 사내 보고서 등 서류양식, 연간계획안 그리고 세무서류까지 모두 실제 자료를 보여준다는 점은 책의 가장 뚜렷한 장점이다. 그러면 출판사 생존의 최소조건은? 책을 한 권 만드는 비용은 모두 2000만원 선인데, 월 1500만원은 수금해야 한다. 한달 1권 신간을 낸다고 할 때 1500만원을 수금하려면 최소 6개월 안에 3000부 이상 팔리는 책을 5권은 출간해야 한다. 실제 출판사가 성장을 하려면 수금액은 적어도 월 5000만원을 넘어야 한다.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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