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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5 22:54 수정 : 2006.05.15 23:06

세계 유명 문화도시를 상징하는 주요 인프라들. 영국 리버풀 비틀스 전시관

이제는 문화도시
나아갈 길 그리고 외국 사례

세계 곳곳 문화도시 경쟁
멋진 건축물로 눈길 끌거나
옛기능 전통 살려 특색있게
음악·춤 등 예술적 개성도

세계 문화도시의 환상적 성공담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건 대부분 성공을 일궈낸 지자체, 정부의 ‘성공담’에만 국한되는 형편이다. 대개 공급자인 지자체의 정책, 사업상 필요를 위해 논의되는 사례들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사실 문화도시는 문화에 대한 정의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 문화도시들을 크게 건설형, 슬로형, 콘텐츠형으로 나눠보려 한다.

건설형 문화도시는 위정자들이 선호하는데, 허술한 일회성 사례들도 적지 않다. 우선 빌바오나 시드니 같은 랜드마크형 중심 도시가 있고, 면 중심의 문화·예술지구 설정 등을 꾀한 옛 파리 몽마르트르, 뉴욕 소호, 리버풀 같은 곳들도 거론된다. 이들 도시는 외형만 겉핥기식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시드니, 빌바오, 뉴욕, 리버풀, 글래스고 등은 외양의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시민 공동체의 콘텐츠에 힘입어 문화도시가 가능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 나라마치 거리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프랑스관광청 제공)

최근엔 건설형 도시들이 공장, 관공서, 상가 등의 옛 기능들을 문화 기능으로 대체하는 양상도 두드러진다. 도살장을 리모델링해 라빌레트 공원을 만들고 기차역을 오르세 박물관으로 바꾼 파리가 대표적이다. 조선소를 컨벤션 센터와 영화 단지로 바꾼 글래스고, 탄광을 전시장, 디자인 박물관(Red Dot Museum)으로 바꾼 독일 루르의 도시들, 정신병원을 박물관 타운으로 바꾼 마르세유, 도축장을 예술촌으로 변화시킨 홍콩의 캐틀데포 등도 이런 사례들인데, 국내 지자체들로도 모델이 확산되는 듯하다.

슬로형은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생태 문화도시들을 꼽을 수 있다. 시민, 환경단체, 지자체가 교육에 힘을 모아 친환경 도시틀을 만든 프라이부르크, 공해병 본산지의 오명을 딛고 주민들 힘으로 재활용 환경도시가 된 일본 미나마타시 등이 그렇다. 시민 공동체의 꾸준한 문화 살리기로 다시 태어난 문화도시들도 이 범주다. ‘자유 코뮌’이란 시민단체의 보존 노력으로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된 파리 인근의 옛 성벽 도시 프로방, 연구회를 결성한 주민들이 조례까지 만들어 전통 골목을 지켜낸 일본의 나라마치, 지진 상처를 딛고 시민 주체의 도시 만들기 운동이 벌어진 고베도 떠오른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가지

예술단체, 예술가, 예술촌 등이 만든 창조적 콘텐츠는 문화도시의 또다른 요건이다. 아스피린이 발명된 인구 30만의 독일 도시 부퍼탈은 세계적 안무가 피나 바우슈에 의해 무용 도시가 될 수 있었다. 과거에도 훌륭한 천재들이 독일 바이로이트를 바그너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모차르트의 도시로 만들었다. 리버풀은 지금도 록그룹 비틀스의 전설을 여러 시내 클럽에서 이어간다. 남도 소리나 탈춤, 구전담들도 새 콘텐츠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인 베로나, 〈춘향전〉의 남원은 허구의 이야기가 만든 문화도시가 아닌가.


진정한 문화도시는 세 유형이 합쳐진 얼개일 터이다. 지자체, 전문가 대신 시민들 스스로 만드는 도시, 낯선 공간 실험에 마음을 연 도시들. 이런 문화도시를 만드는 과정은 ‘우리들이 무엇을 해냈다’로 시작하는 행복한 동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규원/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스위스 베른의 소화전
스위스 베른의 휴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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