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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5 23:07 수정 : 2006.05.26 17:20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어느 날

예술의 전당 뒷산을 보니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언젠가

문득 길을 가다 휘익 스치던

아카시아 향기가 넘 진하고 좋아

아예 아카시아 숲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무거워 진 몸 허위허위 오르니

통나무 의자가 중턱에 누워 있어

통나무 처럼 나도 그 위에 누워버렸다.

응급실에 산소 호흡기를 꽂은 듯

숲의 공기를 맘껏 들이 마시며

올려다 보는 하늘에는

아카시아 꽃이 하늘까지 치 오르며 달려 있었다.

마취제에 모르게 취한 듯

그대로 한잠 떨어졌다 깨어난 나는

그러고도 몇시간을 누워 있었다.

충분히 충분히 충분히 숨쉬고 가기 위하여.

생기를 되찾아 어둑어둑 내려 오는 길

또다시 문득 스치는 향기

갑작스럽게 진한 그 향기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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