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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8 16:49 수정 : 2006.06.08 16:49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유곡 아지매

-아이고 형님요, 형님요. 더운데 얼매나 욕보능교, 더운데 얼매나 욕보능교?

우리 어머니의 사촌 동서인 유곡동 아지매는 항상 정이 뚝뚝 흐르도록 손을 저으며 집안 큰일 때마다 오셔서는 조금 얘기 하다가

-아이고 재동아,재동아, 니는 늙지 마래이, 니는 늙지 마래이. 늙으면 아프고 아프면 힘들데이…

하고 모로 누우신다.(유곡동 아지매는 같은 말을 두번 반복해서 운을 맞춰 정답게 얘기 하신다.) 우리 어머니처럼 유곡동 아지매도 참 고생 많이 하셨다.

-아이고 재도이 아이가,재도이 아이가?

내가 중학교 때 우연히 울산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는데 그 때 남편을 잃은 아지매가 4명의 아이들을 조랑조랑 업고 달고는 물건 이고 장에 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린 내 마음에도 참 보통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기 위해 밭에 나는 깻잎이며 콩잎을 따서는 장에 담궈 내다 파는 일을 너무나 많이 했는데, 자꾸 하다 보니 일하는 재미가 너무 좋아 사람들이 나이 들었으니 이제 놀러 다니자고 찾아 오면 산으로 숨었다가 사람들 가고 나면 나와서 또 일했다고 한다.


그 일로 애들 모두 대학 시키고 시집 장가 보냈는데, 자식들이 이제 어머니 반찬 장사 고만 하시라고 10만원 20만원씩 모아서 60만원을 매달 보내 드리니까 거기다 40만원을 보태서는 어려운 아들한테 주려고 적금을 붓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아버님 제사라 내려 가 보니까 유곡 아지매가 걷기가 힘들어 부축을 받아 걷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 말씀이 유곡동 아지매는 너무 무거운 것을 많이 이고 다녀서 연골이 없어져 디리뼈가 부딪힌단다. 아… 그래서 다리를 절고 늙으면 아팠던 거구나.

이번엔 우리 어머님도 넘어지셔서 손뼈가 부러져 기브스를 하고 계신다. 어른들이 건강하셔야 되는데…. 어른들의 아픈 모습을 보니 마음이 스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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