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8 18:45
수정 : 2006.06.09 15:00
수치나 등급을 올리거나 낮출 때 쓰는 말이다.
기업과 나라의 신용 정도를 살펴 평가를 하는 회사들이 잘나가는 모양이다. 한때 외환위기로 나라의 신용도가 곤두박질치는 혹독한 꼴을 당하면서, 이것이 올랐느냐 떨어졌느냐를 두고 영·미 평가회사 쪽 눈치를 많이 봤는데, 이로써 더 자주 쓰게 되었다. 업그레이드, 하향조정, 긍정·안정·부정·유동적 따위들이 뒤따른다.
등급 기준으로 삼는 말도 문제다. 국내 신용평가 회사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조차 ‘A-·BBB·C3+ …’ 따위를 쓴다. 1·2·3, 갑·을·병, 수·우·미 …들은 뒷전이다. 으뜸·버금·딸림 …에, 첫째·둘째·셋째, 가·나·다·라 …들이 엄연한데, 찾기가 어렵다. 등급 기준으로 쓰는 바탕말은 다른 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급에서 초특급으로 다시 ‘S급’ 따위로 가는 말거품과 아울러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상향조정·하향조정이란 업그레이드니 하는 영어(revise upward/ revise downward, upward adjustment/upgrade, downward adjusment/downgrade, the upward course/ the downward course)를 뒤친 말이다.
‘상향조정하다, 하향조정하다’(부사+명사+하다)처럼 영어를 무겁고 잣수 많은 한자말로 번역해 쓸 일이 아니다. 말 짜임새도 비틀어져 쓰고 읽는 이로 하여금 숨가쁘게 한다. 그냥 ‘높이다·올리다, 내리다·낮추다, 오르다·올리다, 내리다·떨어지다 …들이나, 나아가 올려잡다·높여잡다·내려잡다·낮춰잡다, 높아지다·올라가다, 내려가다·떨어지다·낮아지다 …들로 쓰면 간명하고 쉬워진다.
저런 말은 특히 통계치나 땅값·세금 따위를 셈하는 관청 쪽에서 많이 쓰고, 언론에서도 마냥 따라 쓰는 탓에 거듭 가지를 치고 뿌리를 내린다.
△한국신용평가는 1일 현대건설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기업어음 등급을 ‘A3+’에서 ‘A2-’로 각각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 ~로 올렸다고 발표했다.
△건설교통부는 31일 올해 전국 2548만여 필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를 산정, 전국 평균으로 작년보다 18.56%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개별공시지가가 대폭 상향조정됨에 따라 토지소유자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 전국 땅 2548만여 필지에 개별 공시지가를 매겼더니, 지난해보다 전국 평균 18.5% 높아졌다고 밝혔다.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땅임자들의 보유세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1일 밝혔다 → ~로 높여잡았다고 1일 밝혔다.
△퇴임 후 구체적인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보다는 국가를 어떻게 업그레이드시킬지를 주로 고민할 것 같다 → 퇴임 뒤 구체적인 정치 현안을 언급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은 나라를 만들지를 주로 고민할 것 같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최근 민간 경제 연구소들이 하반기 경기 하강 가능성을 지적하며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 큰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 ~ 하반기 경기가 잦아들 것으로 보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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