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9 18:25
수정 : 2006.06.09 18:25
일본진출 영화 줄줄이 참패…수출 작년 절반 밑돌듯
“스타 앞세운 한철장사 바닥”…충무로 위기감 고조
한국 영화의 일본 수출이 급속히 줄고 있다. 한국 영화 국외 매출의 대부분이 일본 수출이었던 만큼, 영화계의 위기감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 영화의 일본 수출액은 200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04년 4천만달러, 2005년 6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4년 한국 영화 수출 총액의 69.4%, 2005년의 79.4%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본 수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올 들어 6월 초까지 이병헌 주연의 <여름 이야기>가 300만달러에 사전 판매되고, 100만달러 이하 가격에 <짝패> 등 3~4편이 팔린 것 정도를 빼곤 계약 성사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의 화제작이 완성되기 전에 일본에서 미리 사갔는데 올해는 완성본을 보고 얘기하자는 쪽으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영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영화제작사가 몰려 있는 서울 충무로에선 올해 일본 수출액이 지난해의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말아톤> <야수> 등을 수출했던 쇼박스의 정태성 상무는 “올해는 계약 이야기가 오가는 것들은 많지만 아직 성사된 건 없으며, 일본 쪽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조장래 부장은 “지난해 일본에 1200만달러어치를 팔았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200만달러 안팎에 그치고 있다”며 “칸 마켓에서 만난 일본 대형 배급사 구매담당자가 이제 한류는 끝난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하더라”고 전했다.
일본에서 한국 영화는 2004년에 29편, 2005년에는 무려 61편이 개봉했다. 이는 일본에서 관객을 100만 넘게 동원한 2000년 <쉬리>, 2004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스캔들> 등의 흥행 성공과 한류 스타의 등장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정도를 뺀 나머지 한국 영화들의 흥행이 부진했고,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야수> <태풍> <연리지> <형사>가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쉬리> <스캔들> 등을 일본에 수입했던 씨네콰논의 이애숙 부사장은 “2004년부터 한국 영화 수입가가 두세 배 뛰어 대작이거나, 한류 스타가 나오면 모두 300만달러를 넘기 시작했는데 이런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 실패해 지금은 일본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안 받으려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05년 일본 수출액 6천만달러(약 600억원)를, 같은 해 한국 영화 총제작 편수 82편으로 나누면 한국영화 1편당 8억원 가까이를 일본에서 조달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돈이 반감되면 영화 제작비 조달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차승재 싸이더스에프앤에이치 사장은 “한국 영화의 제작규모가 커져 국내 수입으로 제작비를 다 채울 수 없다”며 “일본 수출의 급감은 한국 영화 전반에 닥친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류 스타만 믿는 졸속 제작도 문제이지만 안정적인 거래 파트너를 잡고서 신뢰를 쌓아가지 않고 ‘벌 수 있을 때 벌자’는 태도로 일본을 대해 온 게 주된 원인”이라며 “일본 수출이 완전히 끊긴 게 아닌 만큼, 지금부터라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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