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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2 20:03 수정 : 2006.06.12 20:03

고양이와 아이들 힘 합쳐 파괴된 자연 극복
15년만에 복직해 달라진 아이들 보며 구상

[이사람] 프랑스 앵코륍티블상 수상한 동화작가 김진경씨

아동 문학계에서 환타지 소설, 판타지 동화의 존재는 미약하다. 아동문학의 역사가 깊지 않을 뿐더러, 그리스·로마 신화같은 서구의 신화, 판타지가 우리 아이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경(53)씨가 2001~2002년 펴낸 <고양이 학교>(문학동네 어린이, 전 5권)가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앵코륍티블상(Le prix des incorruptibles)을 수상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3천여개의 학교와 어린이와 청소년 13만5천여명, 그리고 어른 5천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지난 7일 김씨의 <고양이 학교>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고양이 학교>는 연령별로 일곱 단계로 나누어진 부문에서 우리의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CM2/6e’에 동양 작품으로 유일하게 후보작에 올랐다.

김진경씨는 “이집트, 인도, 중국, 북유럽 신화 등 동서양 신화와 전설을 버무려 하나로 구성하면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인정받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고양이 학교>는 어린 아이들과 마법의 힘을 가진 수정 고양이들이 현실 공간과 초현실 공간을 넘나들며 파괴된 자연을 회복해가는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작가의 체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고양이 생태 묘사, 결말에 이를수록 빛을 발하는 튼튼한 서사 구조, 절묘한 복선과 기막힌 반전, 그리고 치밀한 필치로 그려낸 스펙터클한 삽화 등이 한데 어우러져 아이들 상상력을 극대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씨가 작품을 구상한 것은 1993년께. 전교조 운동으로 해직됐다 15년만에 복직한 뒤 다시 만난 아이들은 기존의 아이들과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 ‘사고의 지위’에서 ‘몸의 지위’가 아주 높아져 있었어요. 피어싱, 귀뚫기, 문신 등 몸을 자신의 적극적인 매체로 이용했어요. 그런데 몸의 사유는 신화적 사유와 맞닿아 있죠. 신화적 사유가 인류가 형성한 몸의 사유 가운데 가장 높다고 확신했어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서구 중심의 근대성과 폭력성에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이집트부터 한국까지 동서양 모두에 걸쳐 있는 고양이를 내세움으로써 내용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고양이 학교>는 중국과 대만에 수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도 3권까지 번역돼 나와 있다. 애초 3부작으로 작품을 기획했던 김씨는 동양의 사고를 지배해왔던 중화주의에 대해 성찰적으로 접근한 <거울전쟁>(문학동네어린이, 전 3권)을 2004년 펴냈으며, 곧 3부도 내놓을 계획이다. 3부에서는 문명이 처음 시작됐던 철기시대로 돌아가 인류문명이 과연 획일주의가 가져오는 폭력성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작가는 민중교육지(1985년) 사건으로 해직과 옥고를 겪으며 우리나라 교육운동의 중심에서 살아왔다.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 <광화문을 지나며> <우리 시대의 예수> <슬픔의 힘> 등과, 어린이 책으로 <거울 전쟁> <종이 옷을 입은 사람> <북 치는 꼬마 용사> <똥이 싫어 올라간 하늘>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은 까치> <목수들의 전쟁> <김진경 선생님의 한자동화> 등을 썼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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