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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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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말씀 난 예전부터 길거리나 육교, 혹은 치하철에서 ‘소원성취’라는 복전함을 놓고 앉아서 목탁을 치고 있는 스님을 보면 의심의 눈초리로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그러다가 어떤 스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여쭈어 보았더니 스님들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으니 그런 스님들은 거의가 다 가짜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나는 그러나 복전함에 약간의 돈을 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이 가짜라도 이런 일을 인연으로 불교와 가까와지고 그러다가 진짜로 공부하게 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부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공부 많이 하셔서 성불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기원하면서 천원 정도 되는 돈을 넣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우리동네 지하절 어귀에 앉아 있는 이 모습을 보니 그날 따라 썩 기분이 좋지 않아 500원짜리 동전하나를 툭 던져 넣었다. -부처님을 많이도 팔아 드시는 구료. 이런 생각으로…. 그랬는데 그 날따라 그 스님이 종이조각을 하나 내미는 것이었다. 굳이 가져가라 하면서. 펴 보니 부처님의 말씀이었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잡 보장경 중의 한 귀절이었는데 이 귀절이 가슴을 쳤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가 유리할 때 얼마나 목에 힘주고 교만하게 힘을 행사했는지, 불리할 때는 얼마나 헤헤거리며 비굴하게 굴었는지… 정말 가관이었다. 고마와요. 덕분에 내가 500원으로 큰 공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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