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5 19:41
수정 : 2006.06.16 14:57
이웃에 이바지하는 삶처럼 보람된 삶이 있을까? 이바지꾼, 이바짓값, 이바짓돈, 이바지 음식 …처럼 딸린 말이 숱한 것을 보면 예부터 우리에게 ‘이바지’ 내림이 뚜렷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부쩍 기여·기부·공헌·자선·의연·헌납 … 같은 말들을 자주 듣는다. 도우미·후견자·후원자에다 보시·찬조·희사·쾌척·공덕·정재 …들도 그렇다. 이로써 우리 사회가 한바탕 추슬러 격상되어 가는 느낌을 주긴 하는데, 뭔가 한쪽이 허전하다.
기업이란 좋은 물건을 만들어 팔며 이윤을 남기고 또 일자리를 늘리는 게 곧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일 터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를 넘어 무척 큰돈을 내어 공익재단을 세우기도 하고, 어떤 데는 종잣돈만도 천억대를 헤아린다. 기업인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에는 퍼센트클럽(1%클럽)이 있다는데, 한 해에 소득 1% 이상을 사회에 내놓는 기업들이 회원사라고 한다. 무슨 사회공헌연구소도 생겼다. 기업의 책임·윤리·공헌을 강조하는 이런 분위기를 잘 살리면 나라에서 챙기기 못하는 빈틈들을 메울 수도 있겠다.
허전한 것은 용어 탓이다. 사회 기부, 사회 기여, 사회 공헌 …들에다 기여활동, 기부활동, 사회공헌활동, 기부문화, 공헌문화 식으로 저마다 일컬어 일매진 느낌을 주지 못하고 헷갈리게 한다.
영어 쪽에서도 비슷하지만 쓰임새가 약간씩 다른 말들(Philanthropy, contribution, service, gift, donation, benevolent …)이 있는데, 이들을 대충 싸안으면서도 적절한 말을 찾으라면 ‘이바지’가 될 성싶다. 심심하면 앞뒤에 말을 붙여 사회 이바지, 공공 이바지, 이바지 활동이면 될 터이다.
△기부문화, 기여입학, 기부금·의연금, 사회기여기업인상 → 이바지 문화, 이바지 입학, 이바짓돈, 이바지 기업인상.
△하나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경제와 함께하는 문화은행으로서의 면모다 → ~ 이바지 운동 ~.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를 사회적 갈등 해소 차원에서 이 협정으로 수출증대 효과를 얻게 되는 기업이 기존에 해 왔던 것 이상으로 사회 기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 ~ 이미 해 왔던 것에 더하여 사회 이바지 활동을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 복지재단은 그룹이 지난해 6월부터 ‘파랑새를 찾아 희망을 찾아’라는 슬로건 아래 추진하고 있는 공부방 지원, 결식아동돕기 등 사회공헌활동과 아동복지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 ‘파랑새를 찾아 희망을 찾아’라는 구호 아래 추진하는 공부방 지원, 결식아동돕기 등 사회 이바지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에스칼텍스는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재단법인 지에스칼텍스 재단’(가칭)을 설립하고 향후 10년 동안 1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 지에스 칼텍스는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재단법인 지에스칼텍스 재단’(임시이름)을 세우고 앞으로 10년 동안 1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사회공헌 투자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진정성이 실감되지 않아 국민이 인식하는 기업의 사회공헌도는 높지 않다 → 최근 기업의 이바지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돈을 들이는 데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참뜻이 실감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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