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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9 21:06 수정 : 2006.06.19 21:06

최재목 교수 ‘늪’…글쓰기 방식 사유

늪은 오만 잡것을 받아들여 맑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든다. 늪은 유기적이고 우주적이며 공생적인 생태공간이다. 혼돈과 미궁이면서 또한 질서를 품고 있다. 늪은 침묵한다. 그러나 그 침묵은 바로 큰 웅변이자 음악이다.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늪에서 글쓰기의 방식과 인문적 발상법을 길어올려 〈늪〉(지&지 펴냄)으로 정리했다. 짧은 글 모음에 길고 깊은 의미가 담겼다.

늪은 나와 타자의 구별이 없다. 나를 위한 것이 곧 타자를 위한 것. 글쓰기는 그러므로 관계이고 그러해야 마땅하다. 서로 의존하고 서로 침투하여 마침내 하나가 되어 걸림이 없어야 한다. 그러할 때 스스로 꼴의 값을 매겨 드러내면 그뿐. 이를 자각하면 ‘~이다’는 ‘~해야 한다’로 바뀐다. 즉, 운명과 당위가 일치한다.

늪은 주경과 야독 즉 사유와 담론, 생활이 구분되지 않는다. 앎이 곧 삶으로 이어지고 삶은 다시 앎으로 돌아간다. 늪의 글쓰기는 자기 안의 상처와 고통을 그대로 관하고 기술한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자신에 대한 치유행위이고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한 시각을 교정하는 철학행위이기도 하다. 늪의 새, 잡초, 흙, 물은 각각 개성을 가꾸어가며 늪에 포섭돼 있다. 늪의 글쓰기도 이와 같다. 장르는 하나의 큰 세계에서 일탈함으로써 고유한 영역을 가진다. 일종의 논두렁 밭두렁.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글에서 걸림 없이 만나 대화하면서 큰 세계를 이룬다. 시와 철학은 교차하면서 소아를 벗어나 대아를 이룬다는 것.

지은이는 영남대의 풍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곳에는 까치구멍집과 22층 건물, 토종소나무와 마로니에 거리, 아스팔트길과 오솔길 등 상대적이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생한다. 물론 그의 눈에만 비칠 터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닌가. 인류의 지성사에서 구슬이 모자란 적은 결코 없었다. 문제는 구슬을 어떻게 꿰는가, 방법론의 빈곤이 있을 따름. 인문학의 발생~태동~전개는 인간의 지적·감성적 정보를 어떻게 편집하는가에 좌우된다. 이제는 방법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늪〉은 곧 늪. 왕양명, 장자, 화엄일승법계도, 성학십도, 십우도, 보르헤스 등 동서고금의 전거가 어우러져 글쓰기와 인문학적 사유로 변환하는 드라마를 연출한다. 결론처럼 말한다. “글쓰기는 진리를 향한 표지판 또는 방편. 수많은 구도자를 위하여 글쓰기는 치열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지&지’(知&智)는 영남대출판부가 창립 30돌을 맞아 새로 만든 교양출판물 브랜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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