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02 19:37 수정 : 2006.07.02 19:37

중국 출신 프랑스 작가 샨사…여주인공이 겪는 역사·전쟁

중국 출신의 프랑스 여성 작가 샨사(34)가 1일 한국을 방문했다. 베이징에서 출생해 성장한 뒤 1990년 프랑스로 건너간 샨사는 그로부터 불과 7년 뒤인 1997년에 첫 소설 <천안문>을 프랑스어로 발표했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 권의 소설을 펴내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도 <천안문> <바둑 두는 여자> <측천무후> <음모자들>이 번역되어 있으며 <버드나무의 네 삶>은 현재 번역 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천안문 사태를 겪었다.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물과 필요한 물품을 나르는 정도의 일을 했을 뿐이지만, 그 비극적 사건은 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천안문 사태 이후 대학이 마비되고 중국 전체가 불안에 휩싸이자 그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유럽으로 떠났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난파선에서 혼자 살아남아 뭍에 도착한 사람 같은 기분이었다.”

그가 1994년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천안문>은 천안문 사태의 지도자로서 당국의 체포를 피해 도피 중인 여대생 아야메이와 그를 추적하는 장교 사이의 기묘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의 고교생들이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공쿠르 데 리세앙 상’을 수상한 <바둑 두는 여자>는 일본군이 주둔한 만주의 한 소도시를 무대로 중국 소녀와 일본군 장교가 바둑을 매개로 나누는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었다. 프랑스 굴지의 출판사인 그라세와 알뱅 미셸이 판권을 놓고 법정 소송까지 간 <측천무후>는 당나라 때 중국 천하를 다스린 여제 측천무후의 생애를 소재로 삼았으며, 최신작인 <음모자들>은 <천안문>의 주인공 아야메이가 프랑스에 정착한 뒤 중국 스파이로 변신해 미국 스파이 조나단과 벌이는 사랑과 음모의 게임을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샨사의 소설들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성(주의)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남성적 면모를 물씬 풍긴다. 방대한 스케일과 음모와 전쟁, 추적 같은 소재가 그러하다. “나는 소설 속에서 나의 이원성을 구현시키고 싶다. 내 안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녹여 내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보다는 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구축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한다. 남자만큼 강하고 지적인 여성들에게 관심이 있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여자들은 마치 불꽃 위를 나는 새와 같아서 저 아래의 차별 따위는 초월할 수 있다.”

샨사는 소설말고도 서예와 회화 쪽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집중해서 글을 쓸 때는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일을 하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거나 연애를 하는 데 허비할 시간이 없다.” 그는 여섯 번째 소설로 알렉산더 대왕을 다룬 작품을 거의 탈고했다고 소개했다.

샨사는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교보문고 잠실점과 광화문점에서 낭독회와 사인회를 열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의 방식으로 한국 독자들과 만나고 7일 중국으로 떠난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