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02 21:22 수정 : 2006.07.02 21:22

국외유출 안하려 동포에게 ‘고서’ 안팔아
“한곳만 더 있으면 덜 외로울텐데”

“따로 모은 제주책 1000여종 곧 전시”

제주도에는 헌책방이 하나뿐이다. ‘책밭서점’(064-752-5126). 거기에는 제주도학 책이 없다. 없기야 하랴만 큰 기대를 않는 게 좋다. 주인 김창삼(49)씨가 눈에 띄기만 하면 따로 챙기기 때문이다.

“이곳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에 향토자료가 너무 적더라고요. 제주에 관한 것은 눈에 띄는 대로 사 모았어요. 그러다 보니 1000여종 정도 됩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정도가 돼요. 2층을 빌려 전시장을 꾸미려 합니다.” 제주시 시청 네거리(광양네거리) 부근. 28평 공간에 빼곡한 책들이 예사롭지 않는 것과는 달리 주인 김씨의 표정은 넉넉하다.

짱짱한 일반 책들은 물론 <조선사료집성> <대동금석서> <조선금석총림> 등을 갖춰놓은 책방은 도서관 분위기다. 책의 갖춤도 그렇고 파는 것도 그렇다. “재일동포가 와서 <조선사료집성>을 팔라는 걸 거절했어요. 국외로 유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몇해 전에는 한 청년이 6만원을 들고 왔다. 학생때 그냥 집어간 책이 그만큼 된다면서…. 책방의 맛이 바로 그런 맛이란다.

“3년 전 전업을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애들이 커가니 돈이 필요하고 수입도 전 같지 않았거든요.” 그만두면 문화의 한축이 허물어질 것이라며 “힘들더라도 유지해 달라”는 단골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접을 생각을 접었지만 마음 한구석 서운함은 여전하다. 제주도 인구는 56만명. 6개 대학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2만2천명)과 180개 초중고교생(9만6천명)을 합치면 11만8천명이 학생이다. 하지만 이곳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손님은 하루 평균 30명에 지나지 않는다. 92년 7월 책방을 인수해 15년째 제주도에 책을 공급해 온 점을 감안하면 아주 적은 편이다.

“책은 주로 육지에서 들여와요. 20% 정도만 이곳에서 공급받습니다.” 책 손님 대부분은 이곳 사람들이다. 책밭서점은 문화가 흘러 들어오는 유입구인 셈이다. 일단 뭍에 가면 그는 서울, 대전, 대구, 전주, 부산의 큰 서점을 휘돌아 눈에 띄는 책을 무더기로 사온다. 하지만 올해는 책 순환은 훨씬 줄었다. 보통 두세 달에 한번씩 육지에 가는데, 올해는 두번 밖에 가지 않았다. 고서나 희귀본은 여행온 사람들이 입소문으로 알고 찾아와 사간다. “한번은 신혼여행 온 부부가 왔는데, 신랑이 신부를 세 시간이나 세워놓고 책을 보더라구요. 나중에는 신부가 짜증을 내면서 숙소로 먼저 돌아가더군요.”

신춘문예에 대여섯 차례 응모할 만큼 문학에 심취했던 김씨가 그 대신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두 가지. 산굼부리 제동목장에 취직해 첫번째 목장근무 소망을 이뤘다. 7년차 목장일이 심드렁해질 무렵, 일주일에 두세 차례 들르던 책방과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한번 해 볼래요?” 제안에 덥썩 인수해버렸다. 그게 두번째 소원을 이룬 순간이었다.

그의 넉넉한 표정은 한차례 홍역을 치른 결과일 터이다. 96~7년께 헌책방 두 곳이 생겨 2년동안 있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면서 덧붙였다. “헌책방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귀포나 신제주쪽에…. 그러면 서로 정보교환도 하고 외롭지도 않을 텐데 말입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