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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6 18:55 수정 : 2006.07.07 14:46

‘맛있다·힘있다’처럼 ‘있다’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 열 가지 남짓인데, ‘없다’가 붙어 만들어진 말은 100에 가깝다. ‘틀림없다’는 짐작이 확실함을 강조하는 말로서, ‘다름없다’와 어울린다. 대체로 ‘틀림없이, 다름없이’처럼 부사로 쓰면 자연스러운데, 맞다·분명하다·적확하다·영낙없다·확실하다·뚜렷하다 …들과 넘나든다.

흔히 ‘-임에 틀림없다, -음에 틀림없다, -에 다름아니다’란 표현을 본다. 서술토 ‘-이다’에 명사화 뒷가지 ‘ㅁ’을 붙여 ‘임’을 만들거나 풀이씨에 명사화 뒷가지 ‘음’을 붙여 만든 말에 토씨 ‘에’를 붙이고 ‘틀림없다’를 대어 쓰는 방식이다. 여기서 ‘에’ 는 주격토 ‘이’로 바꿔 쓸 자리다.

우리말에서 토씨 ‘에’에 주격구실을 하는 기능이 없는데도 많이 쓰게 된 데는 일본말투 영향으로 본다. 곧, ‘-니지가이나이’(~にちがいない)에서 니(に)를 그대로 ‘에’로 뒤친 것인데, ‘와/과’가 와야 할 자리인 ‘~에 다름아니다’(~にほかならない)에서도 이런 잘못이 확인된다. 국어 순화운동가 이수열 선생은 이를 두고 “논에서 벼를 뽑아버리고 피를 가꾸는 꼴”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전통적으로 “다름이 아니오라”는 말끝이 아니라 말을 시작할 때 주로 썼다. 굳이 말 끝에서 쓴다면 ‘-과(와) 다를바 없다’로 바꿔 쓸 일이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는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할 때가 많다. 말하자면 ‘틀림없어? 분명해? 틀림없어! 분명해!’로 외따로 쓰는 게 자연스럽고, 글말에서는 말끝 서술어로 쓰기보다 문장 안으로 들여와 서술어를 꾸미는 부사로 써야 자연스럽다.

‘-ㅁ에 틀림없다’를 아무 분별 없이 퍼뜨린 장본은 일본어 말고 따로 있다. 영어 익은말(must be, must have+과거분사, no doubt …)이 들어간 말을 번역하거나 가르킬 때 판박이로 ‘-ㅁ에 틀림없다’ 또는 ‘반드시 ~일 것이다’로 써 더 번지게 한 것이다. 중학생만 되면 번역한 말이 아닌 데서도 자주 쓰게 된다. 일본식 말투가 스민 말로 영어를 해석하고 가르치고 번역하고, 이에 인이 박혀 일상적인 글말로 굳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 것이다. 이에는 어설픈 영한 사전과 참고서들이 큰 몫을 한다.

△골 감각이 뛰어나고 증기 터빈처럼 힘이 좋아 천부적인 공격수임에는 틀림없다 → 그는 골 감각이 뛰어나고 증기터빈처럼 힘이 좋아 그야말로 천부적인 공격수다. △공부가 그렇게 즐겁다니, 책 읽기가 싫어 책상 주위를 맴도는 나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임에 틀림없다 → 공부가 그렇게 즐겁다니, 책읽기가 싫어 책상 주변을 맴도는 나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다. △이는 고구려가 건국 초기부터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이 일대를 지배해 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향후 고구려 연구에 결정적인 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 ~, 앞으로 고구려 연구에 틀림없이 결정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물론 미국도 ‘외세’임에 틀림없다 → 물론 미국도 ‘외세’임이 분명하다. △‘일제는 우리에게 축복’이라는 논문 형식의 글을 일본 우익잡지에 기고했다 함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요, … 민족의 화합보다도 이념이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외세에 대하여 아부하면서 동조하는 치매 끼에 다름 아니다 → ‘일제는 우리에게 축복’이라는 논문 형식의 글을 일본 우익잡지에 기고한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요, … 민족의 화합보다도 이념이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외세에 아부하면서 동조하는 치매끼와 다를 바 없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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