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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7 21:07 수정 : 2006.07.07 21:07

이혜영씨 ‘아들 잃은 슬픔’ 담아

한국으로 모국어 연수를 떠났다가 감전사한 외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절망을 딛고 일어선 이혜영(64·리사 리·로스앤젤레스 거주)씨가 영어 기초반에서 시작한 영어로 쓴 책이 대학 교재로 채택됐다. 책 제목은 〈The Rich Boy Stands There Always〉.

남편과 사별 후 1974년 한살짜리 아들(이유빈)을 안고 엘에이 땅을 밟은 이씨는 힘겨운 부동산업을 하면서도 아들을 반듯하게 키웠다. 유빈이는 어려서부터 선행을 베풀어 동포언론은 ‘다운타운의 소년 산타클로스’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 진학이 확정된 유빈이가 1992년 여름, 한국에 6주 일정 연수를 떠난 게 마지막이었다. 유빈이는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보온물통 뚜껑을 누르다 감전돼 숨졌다.

동아대 국문과 출신인 이씨는 세상을 달리한 아들에게 매일 글을 쓰며 허전함을 달래다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1993년 〈하늘로 치미는 파도〉 등 소설과 산문집, 포토에세이 등 모두 6권. 어릴 적 꿈인 미술 공부를 위해 2000년 1월 로스앤젤레스시티칼리지(LACC)에 입학한 이씨는 이듬해 이에스엘 (ESL·제2의 언어로서 영어교육) 5단계에서 조 라이언(53) 교수를 만났다. 라이언 교수는 이씨더러 책 원고를 다시 쓰라고 권유했다. 그는 이씨가 밤새 작업해 가져오는 글을 꼼꼼히 수정해주면서 격려했다. 마침내 2004년 복사용지로 만든 바인딩 북이 졸업반 필수영어 교재로 채택됐다.

2년간 추가 수정을 거쳐 지난 5월 309쪽짜리 정장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후반부에는 유빈이 일기와 그동안 교재를 배우며 감동받은 학생들이 보낸 편지와 헌정시 등이 포함됐다. 라이언 교수는 이씨 원고를 교재로 채택한 이유에 대해 “책에 이민자의 진솔한 삶과 여자 혼자 아이 키운 이야기 그리고 아들 잃은 후의 극복과정 등이 진솔하게 다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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