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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0 18:03 수정 : 2006.07.20 18:03

나는 삼성동 코엑스몰을 정말 좋아한다. 그 곳은 서울에서 포스트모더니티가 숨쉬는 몇 안되는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코엑스 몰은 많은 몰(mall)이 그렇듯이 상업적 소비공간이기도 한다. 수 많은 행락 유흥인파 속을 뚫고 지나가다 보면 짜증나고 진저리가 나기도 한다.

반면, 코엑스몰은 후기근대사회 소비문화의 진수들이 진열되어 있는 아름다운 전시장이기도 하다. 홍대부근,신촌,강남역,혜화동과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설치된 상점과 매장, 여러 시범관(코엑스몰에는 삼성엠존,TTL존,T&G존,아이리버존 등의 시범관과 체험관이 있다), 국내최대의 복합상영관 메가박스, 반디앤루니스 삼성점 등은 포스트모던소비사회를 대표하는 문화적 흔적들을 엿보이게 한다. 아래에서는 그 일부를 짧게, 정말 짧게 소개한다.

MP3사운드를 시식(試食)하는 곳, 삼성엠존과 아이리버존

요즘 길거리 어디서나 mp3 이어폰을 귀에 꽂은 청소년과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잘 모르는 기성세대에겐 그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음악이나 듣고 놀기 좋아하는 한심한 녀석들로 보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내겐 그들이 달리 보인다. 소비사회의 문화코드를 잘도 즐기는 똑똑(smart)한 것들!

mp3의 중후한 음감을 즐기고 있노라면 인도의 초월명상이 결코 부럽지 않다. 그 사운드에서 새로운 세계가 또 새롭게 터지는 것이다.

코엑스 몰의 삼성엠존과 아이리버존에서는 그 사운드의 일부를 맛배기로 즐길 수 있다. 덤으로 잘 꾸며진 문화공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이건 기업의 마켓팅전략의 일환으로 체험마케팅 공간이다. 하지만, 어떤가? 살지 말지 주도권은 내게 있다. 아무 것도 사지말고 시식만 해도 그만이다. 마트의 시식코너처럼.

키아누 리브스의 밀랍인형을 볼 수 있는 곳 , 코엑스(COEX)

위의 사진은 얼마전 코엑스에서 열렸던 밀랍인형전의 홍보인형이다. 영화 메트릭스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를 밀랍인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지하에 있는 코엑스 몰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면 코엑스가 있고 그 곳에서는 다양한 전시회, 박람회, 공연이 늘 열린다.

어느 철학자는 탈현대(postmodern)사회는 원본은 사라지고 이마쥬만 남은 곳이라 규정했다. 그런 사회에서 어쩌면 원본을 볼 수 있는 한 장소는 전시회나 박람회가 아닐지. 아직 뜨근뜨끈한 아우라(aura)가 남아있는 전시품들을 볼 수 있고 촬영도 할 수 있다. 디카촬영을 통해서 우리는 원본을 모사/복제하여 이마쥬를 찾아가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다.

동양최대의 복합상영관, 메가박스(Megabox)

요즘은 복합상영관도 많아졌지만 그 원조는 메가박스다. 마침 필자가 메가박스를 방문한 날, 죠니 뎁의 <캐러비안의 해적>이 상영되고 있었고, 위의 사진은 <캐러비안의 해적>의 마케팅용 인형이다. 영화에 나오는 아프리칸들의 모형인 듯싶다. 관람하는 시민 한 명이 렌즈에 함께 잡혔다.

영화가 르뮈에르 형제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문화적, 산업적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냥 신기한 파노라마 장치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젠 영화는 문화산업, 영상산업이라고 이름을 매길 정도로 거대화하였다. 기실 그런 현상에 대해 지나친 상업화와 산업화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진화하거나 폐지되는 시점이 오기까지 영화의 산업화는 피치 못할 현상이며, 공장에서 다수의 노동자자가 분업하여 생산하는 것처럼 영화가 제작, 배급되는 것도 피치 못할 현상이다.

제목에서 간단히 코엑스몰이라고 해버렸지만 기실 삼성동 159번지의 블록은 대단히 방대한 지하도시이다. 트레이드타워, 코엑스, 아셈타워, 그랜드인터콘티낸탈호텔, 도심공항터미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연결하고 있는 언더월드(underworld)인 것이다.

서울에서 포스트모던한 예술품들을 관람하고 싶다면 꼭 미술관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식사하고 영화 한 편 보고 둘러보면 그것도 괜찮은 미술품 관람이다. 왜냐하면 탈현대(postmodern)사회를 대표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몰의 여러 경관(景觀)도 최고의 대중적 포스트모던 걸작들이니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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