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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0 18:36 수정 : 2006.07.21 16:21

최근 우리가 쓰는 말을 일컫는 말들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대중말·표준말·문화어·고장말·생활말·공통어·공용어 …들이 그것이다.

그 배경에 표준말 중심 정책과 사투리 홀대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또 한 갈래는 남북 공동사전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남쪽의 ‘표준어’와 북쪽의 ‘문화어’를 하나로 묶어야 할 형편에서 오는 언어정책 변화 모색 과정이다.

그 바깥에는 조기 영어교육 바람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영어마을 사업들이 몰고온 풍조들이 도사렸다. 나라 안팎 외국인이 쓰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재외동포들의 정체성과 관련된 ‘모국어’ 교육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을 더한다.

‘고장말’을 학자들은 주로 ‘방언’이라 일컫는데, 표준말도 하나의 방언을 승격시켜 쓰는 말이므로 사투리의 가치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뜻에서 대등적 용어로 쓰고 있다.

1933년에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한 뒤 70여년 표준어 교육은 무척 성공적으로 펼쳐져 왔다. 문제는 그 성공이 사투리를 죽이고 홀대하는 폐단으로 작용한 것인데, 묘하게도 ‘지방자치 시대’(제4기) 또는 ‘국가 균형발전’을 깃발로 내건 시기와 맞물려 고장말의 가치와 보전 필요성이 조명을 받는다는 점이다. 현재 남북을 아울러 벌이고 있는 사투리 조사 작업도 이와 맥락이 닿는다. 그 결과는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겨레말큰사전> 등에 반영되면서 지금까지 벌였던 표준말 중심 언어정책의 변화를 수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표준어와 방언을 싸잡은 이름인 ‘공통어’란 말이 나온다.

남북말 통일사전이 될 <겨레말큰사전>은 우선 남쪽의 ‘표준말’과 북쪽의 ‘문화어’를 인위적으로나마 한데 아울러야 하므로 이를 포괄할 새로운 맞춤법과 말이름이 필요해졌다. 아직은 역시 ‘공통어’로 일컫는 정도인데, 여기에 각종 고장말과 생활말들을 온전한 말로 다룰 참이어서 좀더 그럴듯한 이름을 찾아낼 필요가 생긴다. ‘겨레말’이 그런 점에서 포괄적이긴 한데, ‘배달말’보다는 성격이 흐리긴 하나 남북이 함께 정한 말이므로 존중할 필요가 있겠다. 따라서 여기서 한국어·국어·조선말 …들은 자리를 비킬 수밖에 없겠다.

외래어의 범람과 함께 토박이말의 원천인 고장말이 잘 쓰이지 않는 현실을 반성한 끝에 새로 등장한 말이 ‘생활말’이다. 생활말은 생활현장에서 쓰는 말, 있는 그대로의 말, 자연적이면서 역사성이 반영된 말들을 일컫는데, 자칫 특수집단의 생활화한 외국어를 포괄할 위험성이 짚인다.

‘문화어’는 평양말이 중심이면서도 주변의 평안·함경지역 말을 두루 포괄하는 특장이 있다. 좁은 의미의 문화어와 표준말을 합친 말인 ‘통일어’를 일컫는다면 전날 최현배 등이 썼던 ‘대중말’이 한 대안이 될 성싶다. 외솔은 “그 나라말 가운데 한 시골말이던 것이 뽑혀서 사람의 의식적인 갈기(탁마), 닦기(수련), 바로잡기(수정), 깁기(보족)를 입어서 완전한 것이 된 전혀 이상적인 말”이라고 ‘대중말’을 정의한 바 있다. ‘대중’이란 ‘어림잡아 몸과 마음으로 헤아리는 일’을 가리킨다.

한편, ‘공용어’ 논란은 애초 ‘영어 광풍’에서 촉발됐는데, 조동일 교수 등은 영어 역시 ‘교통어’ 정도의 쓸모와 대접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리한다. 그 대접이 너무 지나치므로 중국어·러시아어·프랑스어 따위처럼 제2외국어로 격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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