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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서울옥션의 101회 경매에서 낙찰된 뒤 고미술품협회의 ‘가짜 판정’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해공 신익희의 휘호 ‘동지상모(同智相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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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된 해공 휘호 ‘가짜 판정’·고종 친필도 회수 소동
서울옥션, 도난 불화·변시지씨 위작 논란 이어 또 말썽
“화랑·경매사 반성도 개선도 뒷전 시장다툼에만 골몰”
최근 급성장한 미술경매시장에서 투명한 감정은 이룰 수 없는 백일몽일까. 경매사의 부실감정 의혹에 얽힌 진위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미술품 감정의 공정성과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의가 분분하지만, 경매 출품작의 진위 논란에 따른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 4월 도난품 불화의 경매도록 게재, 작가 변시지씨의 출품작 위작논란으로 말썽을 빚은 서울옥션은 최근 다시 구설수에 휘말렸다. 변씨의 출품작 논란을 빚은 지난 4월26일 101회 경매에 같이 출품해 낙찰된 정치가 해공 신익희(1892~1956)의 4자 휘호 ‘동지상모(同智相謨)’를 놓고 또 다른 진위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이 글씨는 변씨의 출품작 위작 논란을 빚은 101회 경매에 출품됐던 것으로 지난 4월26일 420만원에 팔렸으나, 소장가가 한국고미술품협회에 추가 감정을 의뢰한 결과 5월9일 가짜 판정서가 나오면서 문제가 커졌다. 협회 감정위원들은 소견서에서 해공이 작고한 것은 56년 5월인데, 글씨를 쓴 연호가 민국 38년(1956) 여름으로 표기된데다 글씨에 해공 특유의 활달하고 날카로운 필치가 없고 그린 글씨에 가깝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옥션쪽 감정위원들은 별도 소견서에서 출품작은 필획에 힘이 있고, 결구가 자연스러운 전형적인 해공의 수작이라며 진품을 주장하고 나섰다. 소장가 ㅎ씨는 “해공 선생이 56년 5월5일 대통령 유세 중 서거했는데, 어떻게 글씨의 시기를 여름이라고 표기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옥션쪽 감정위원들의 공식적인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옥션쪽에서 환불할 테니 작품을 돌려달라고 종용해왔으나 공식 진위가 가려지기 전까지 작품을 내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옥션쪽 윤철규 대표는 “현 상황에서 고미술협회쪽과 진위를 가리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옥션쪽은 또 101회 경매를 앞두고 출품도록과 전시회장에도 내놓았던 고종의 친필 합본글씨 ‘청학정(靑鶴亭)’‘ 황조정(黃鳥亭)’도 위작 논란이 일자 뒤늦게 출품목록에서 빼는 해프닝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출범한 신생 케이옥션의 경우도 경매 출품작 가운데 추사 등 옛 선인의 글씨 일부의 진위를 놓고 일부 컬렉터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화랑협회 감정위원회와 한국 미술품 감정가협회의 감정기구 통합 논의는 원점을 맴돌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양 단체 관계자들이 ‘미술품 감정제도 활성화 TF’팀을 구성한 문화관광부의 중재 아래 여러 차례 통합 협상을 벌였으나 서로 흡수 통합을 주장하면서 논의는 벽에 부딪힌 상태다.
결국 정부 예산 3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양 단체는 최근 미술품 감정발전위원회를 구성해 감정제도 개선과 중장기 발전방안을 위한 연구 보고서 작업과 미술품 감정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로 합의했으나 양대 단체 관계자들의 관점과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 이런 사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만 커지고 있다.
현재 거대 화랑들이 주도하는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의 경매사와 화랑협회쪽은 최근 감정문제는 젖혀놓고 시장 지분을 둘러싼 명분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18일 국회 도서관에서 화랑협회와 한나라당 문화예술특별위 주최로 열린 ‘화랑과 경매의 제 역할 찾기’에 대한 세미나에서도 양쪽 당사자들은 서로 시장 질서를 가로막았다고 입씨름을 벌였으나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화랑협회쪽은 경매사의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미술동네에서는 밀실거래 등으로 자초한 신뢰 상실의 문제를 관에만 기대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미술인 ㄱ씨는 “미술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작품 감정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인데도 화랑, 경매사가 본질을 젖혀놓고 상호 비방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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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옥션의 경매 전 도록과 전시장에 나왔다가 진위 시비로 출품이 취소된 고종의 합본 글씨 ‘청학정, 황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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