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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7 20:00 수정 : 2006.07.28 15:35

흔히 말을 구분하면서 말차례를 들춘다. 우리말과 말차례가 비슷한 일본말이나 터키말 들은 배우기가 쉽고, 영어나 프랑스말 등은 말차례가 달라 배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같은 말이라도 차례를 바꿔 쓸 수는 있다. 강조하고자 하거나 운율을 고려하여 앞뒤 말을 가끔 바꿔 쓰는데, 주로 시에서 보일 뿐 실용문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요즘 우리말에서 말차례를 바꿔 쓰는 경우가 두엇 있긴 하다. 전에 없던 버릇인데, 곧 숫자를 주체 앞에 두거나 문장부사를 말 중간에 두거나 무엇을 싸잡아서 말하거나 할 때 보인다.

1.호주머니 안에 5개의 동전이 만져졌다.

2.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선거 당선을 목표로 하기에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 세력에 민감하다.

3.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태가 심각하다며 버블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썼다면 칭찬하고 넘어갈 만한 사례들이다. 좀 어색하긴 하나 어법이나 뜻 전달에서 큰 지장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본디 우리말 차례에서 벗어났다.

이는 대체로 “호주머니에 동전 다섯 개가 만져졌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당선을 목표로 하기에 선거에 영향을 끼칠 만한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태가 심각하다며 거품붕괴를 경고한다” 정도로 해야 자연스런 것들이다.


싸잡아서 하는 말투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은 영어(most of ~, the bulk ~, the major ~, greater ~ …) 말차례를 그대로 따온 것이며, 숫자말을 앞세우는 것도 그렇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서 말의 구슬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를 견주면 알 수 있다. 문장을 이끄는 부사를 말 가운데 두는 것도 삼가야 할 버릇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짧은 말을 제일로 친다 → 정치인들은 대체로 짧은 말을 즐겨 쓴다.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상속세 폐지를 반대할 정도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진짜 부자들도 상당수 있다 → 재산을 대부분 사회에 되돌리며 상속세 폐지를 ~.

△하지만 대부분의 통화 기록이 삭제된 상태여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하지만 통화기록이 대부분 삭제된 상태여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슬쩍 받아주는 척하면서 의약품에 대한 독점적 공급을 보장하는 특허기간 연장을 즐겁게 수용할 것이다 → 미국은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

△추가제재 방침을 굳힌 일본은 그러나, 실행 시기는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등 향후 대응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판단하기로 했다 →일본은 추가제재 방침을 굳혔지만 실행 시기는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등 대응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판단하기로 했다.

△조사대상 520개 사업장 가운데 여성 관리직이 한 명도 없는 곳이 28%나 되고 임원급 여성이 없는 곳은 76%에 이르렀다. → 조사대상 사업장 520곳 가운데 ~.

△계속된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로 인한 25개교 1700여명이 직접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 잇따른 식중독 사고로 전국 학교 25곳 1700여 학생이 직접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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