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0 16:26
수정 : 2006.08.11 14:15
실용글은 무엇보다 제 뜻을 솔직하고 정확하며 쉽게 쓰는 자세를 기본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면 남의 말을 따 오기도, 비유하거나 늘어뜨리기도 한다.
보도기사는 일어난 사건이나 관련자 말, 통계 따위를 인용할 때가 많다. 외신·통신에서 보도한 것을 다시 따 오기도 한다. 논문·보고서도 남이 쓴 글을 가져다 자기 견해를 뒷받침할 때가 잦다. 이 때 판박이로 시작하는 말에 “~에 의하면, ~에 따르면”이 있다.
이로써 두엇 어긋남이 생긴다. 인용할 때 주체와 주어, 말끝 서술어 처리에서 생기는 어긋남이 그 하나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끝에 오는 까닭에 말이 길어지면 주술 호응을 놓칠 때가 잦은데, 인용문에서 그런 잘못이 흔하다.
또 하나는 보도기사에서, 복수 출처를 싸잡아 대어 정보의 공공성을 떨어뜨리는 구실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폐단은 어디서 오는가? 본디 우리말 표현이 아닌 것을 관행화한 데서 온다.
‘~에 의해’(by)를 써 피동문을 남발하듯, ‘~에 의하면’도 같은 말에서 나온 말썽거리다. 외자 한자말 ‘依’에 ‘하다’를 붙인 한문투로서 일본말투에 흔하고, 여기에 영어(according to, in accordance with, pursuant to, judging from, by virtue of, by means of …)를 ‘-에 의하면, -에 의하여’로 번역해 쓰다가 굳어진다. ‘-에 의하면’에서 ‘의하면’만 ‘따르면’으로 바꿔 쓴 말이 ‘-에 따르면’인데, 여기서 또하나의 어긋남이 생긴다. 본디 ‘따르다’는 타동사로서 “-을 따르다”로 써야 적절하다. 토씨 ‘에’가 목적격 ‘을’ 대체할 수 없는 까닭이다.
남이 한 말을 빌려 쓰려면 분명해야 하며, 어법에 맞게 따와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말투가 비겁해지고 비틀어진 말이 관용화할 위험이 생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74%가 “자신감만 있으면 몸매를 드러낼 수 있다”고 답해 노출에 관한 달라진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한 조사에서, 여성의 74%가 “~ ”고 답해 ~.
△28일 건설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시공능력 평가에서 6조6300여억원(잠정치)을 기록, 사상 첫 1위에 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 → 28일 관련 기관들의 집계결과, 대우건설이 올해 시공능력 평가에서 6조6300여억원(잠정치)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27일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바리그 항공사 측은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해고자 명단을 작성한 상태이며, 최소한 8천명이 해고 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 27일 현지 언론들은 바리그 항공사에서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해고자 명단을 작성했으며, 최소 8천명이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싸르트르에 따르면 문학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언어, 사물의 세계와 산문의 언어, 기호의 세계로 구별한다. 그에 의하면 문학작품은 시와 산문으로 나뉘었다 → 싸르트르는 문학에 대한 인식을 시인의 언어, 사물의 세계와 산문의 언어, 기호의 세계로 구별한다. 그는 문학작품을 시와 산문 두 갈래로 갈랐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2006년 1~6월에 147편의 논문과 202명의 저자가 소개된 것으로 집계되어, 지난해 소개된 159편보다 7.5%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 분석결과를 보면, ~.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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