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서 드러나..문화재 주변 경관도 훼손
왕권승계 등에 사용됐던 임금의 인장인 `국새'(國璽)가 모두 분실되는 등 조선왕조의 궁중인장 대부분이 분실 또는 심각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작년 11∼12월 문화재청 등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화재 지정 및 관리실태 성과감사' 결과를 통해 나타났다. 감사원은 조선왕조 궁중인장 816개를 조사하고 50여종의 문헌을 검토한 결과, 조선왕조 옥새(玉璽) 중 국새 13과(인장을 세는 단위)는 모두 분실됐으며, 일반 행정용 옥새는 26과 중 21과가 분실됐다고 밝혔다. 옥새는 왕권승계 및 외교문서에 사용한 국새와 대내 공문서에 사용한 일반 행정용으로 구분된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에서 1971년 11월부터 1985년 9월 사이에 조선왕조 최초의 옥새인 `조선국왕지인' 등 국새 3과와 `선황단보' 등 일반 행정용 옥새 2과, 어보, 궁인 등 여타 인장 25과를 분실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남아있는 일반 행정용 옥새 5과는 국립전주박물관에 2과, 국립중앙박물관 및 국립고궁박물관에 각 1과가 보관돼 있으며, 개인도 1과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어보 316과 중 75과가 부식되거나 손잡이가 파손됐으며, 상당수의 궁인(宮印), 관인(官印), 사용인(私用印) 등의 훼손이 심각했는데도 보전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보는 왕의 등극이나 왕비ㆍ세자ㆍ세자빈 책봉 등 국가적 행사 때 주조한 의식용 인장이며, 궁인은 각 궁에서 사용한 인장과 대군, 공주 등이 사용하던 인장, 사용인은 왕실에서 관리하던 역대 임금과 명사의 개인 인장이다.이와 관련,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조선왕조 궁중인장을 조사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분실한 궁중인장을 똑같은 형태로 다시 제작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문화재청은 분실된 궁중인장의 소재파악이 불가능한 경우 고증자료를 수집해 복각을 추진하는 한편 장기적인 조사계획을 수립해 유물의 소재 및 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중요 유물에 대해서는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중국 촉한의 장수 관우를 기념하는 `북묘비'를 전시하면서 명나라 장수 진린의 기념비로 잘못 설명하는 등 소장 유물에 대한 조사와 연구 미흡으로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못하고 있는 사례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적 122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창덕궁 문화재 지정구역안에 테니스장이 불법으로 설치되어 있는 등 관리상태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주변 경관을 무시한 채 문화재 바로 옆에 15층 아파트 신축 허가를 내주는 등 건설행위 등 현상변경허가와 관련해서도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감사원은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해당 기관장으로 하여금 소장 유물에 대한 정확한 사항을 파악해 시정하도록 하고, 관련 분야 전공자를 충원해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 관리의 중앙행정기관인 문화재청이 비지정 문화재를 파악.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문화재 관련 종합정책 수립 및 문화재 지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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