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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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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의 선녀동무 며칠전에 금강산을 다녀왔다. 나는 구룡폭포 아래서 입이 벌어져 스케치에 욕심 내다가 시간 관계로 나의 가장 중대한 목표인 상팔담을 고만 못 봤다. 통탄할 일이었다. 기어이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를 보려고 했는데….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장소인 금강산 호텔과 2층 포장마차에는 선녀들이 꽤 많았다. 이들은 남쪽과 달리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면 빼는 일이 없이 꾀꼬리 같이 그냥 부른다. 이들의 스스럼없는 노래를 들으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퍼뜩 스쳤다. 혹시 이들은 외로움은 없는 것이 아닐까? 스트레스도… 그래서 한 선녀 동무에게 물어 보았다. -예…. 우리는 외로움 같은 건 없습니다. 경제가 지금 안풀려서 그렇지 모두 서로를 배려 하고 돕고 살고 있어서 항상 락관적이고 노래도 잘 하고 그럽니다. -걱정거리요? 아무래도 늙은 부모님들이 병이나 안나나, 결혼한 사람은 자식이 잘 못될까….
하긴 북쪽은 한 가정의 체제, 모두 같은 목표와 생각으로 살아가니 외로움 같은게 있기 어렵지 않나 싶다. 그리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국이 한 기업과 같아 굶주릴 망정 실직할 일은 없으니 우리가 갖고 있는 스트레스같은 건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물어 본 대상은 어디까지나 대학을 나온 엘리트에다 금강산이라는 특수한 곳에 근무하는 선녀동무라 대학을 안 나온 다른 곳 사람들은 어떤지 난 모른다. 너무 힘든 경우도 많고…. 사람은 혼자 자기 목표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전체의 큰 목표를 암암리에 같이가는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말하자면 해방, 경제복구, 근대화, 민주화 같은 화두 말이다. 그것이 지금은 무엇이며 통일이 된다면 남북 모두에게 설득력있는 어떤 목표나 이상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을런지. 있다면 어떤 것이 될런지 궁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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