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06 20:34
수정 : 2006.09.06 20:34
‘영양 풍부’ 껍질째 먹으려면
식초 넣은 물에 씻어야 좋아
열량은 피해야 할만큼 높진 않아
과일 잘먹고 잘사는 법
가을이 왔다. 사과, 배, 감, 포도, 대추 등 과일이 어느 때보다도 풍성할 때다. 과일만큼은 맘 놓고 먹고 싶지만 알고 보면 열량도 만만찮고, 농약도 적잖게 품고 있다고 한다. 과일, 어떻게 하면 잘 먹을까. (도움말: 경북대학교 문광덕 교수, 한국식품개발연구원 김윤숙 박사)
사과나 감, 배는 두툼하게 깎아 먹어라?
과일의 표면에 남은 농약 때문에 나온 얘기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완벽한 유기농 제품이 아닌 이상 과일에는 농약을 뿌리기 마련이고 그래서 표면에는 유해물질이 남는다. 농약은 대부분 물에 안녹는 지용성이이서 씻어도 완벽하게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농약이 못내 찜찜하면 과일 껍질을 두툼하게 깎아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여기서 잃는 것은 잘려나가는 껍질의 부피 이상이다. 과일은 대부분 껍질에 많은 영양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껍질은 특히 최근들어 더욱 식품영양학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폴리페놀·안토시아닌·플라보노이드 등 기능성 성분이 다른 부분보다 껍질에서 최고 20배 넘게 많이 나왔다. 영양만 놓고 보면, 껍질은 변두리가 아니라 고갱이인 셈이다. 그래서 식품영양학계에서도 껍질은 ‘계륵’ 같은 존재다. 영양면에서 보면 버릴 수 없지만, 농약 때문에 찜찜하기 때문이다. 유기농 과일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이유도 이런 난처함 탓이다. 참고로 포도도 대표적으로 껍질에 영양분이 집중된 과일이다.
과일을 껍질째 먹고 싶다면 물에 식초를 몇방울 떨어뜨리고 나서 과일을 씻는 것도 농약을 최대한 없애는 방법이다. 식초를 섞은 물은 산성이 되어서 농약이 더 잘 녹는다.
수입산 과일은 농약 범벅이다?
수확 관리를 잘 못하는 몇몇 나라에서는 농약을 많이 쓰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입 과일이 국산 과일 보다 농약이 더 들어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우리 나라가 호주나 뉴질랜드, 심지어 미국보다도 농약을 적게 쓰지 않는다.
외국산 과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썩지 않게 화학제품을 쓴다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대부분 수입 과일은 약품 대신 냉장 또는 냉동해서 신선도를 유지한다. 유통 과정 역시 길어도 한달을 넘지 않는다. 바나나는 에틸렌 가스로 선도를 유지하는데, 이는 인체에 무해하다. 물론 신선도는 국산 과일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참고로 곡류는 과일에 비해 수분 함량이 낮아서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길다. 그래서 살충제나 훈증제를 첨가한다.
과일은 다이어트의 적이다?
과일은 에너지원인 과당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열량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사과 2개는 얼추 밥 한공기의 열량과 비슷하다. 특히 과일즙만을 짜낸 쥬스는 당도가 높아 당연히 질량 대비 열량도 높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과일이 ‘생각보다’ 열량이 높다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열량이 높지는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과는 300g에 열량이 171㎉인데, 같은 무게의 삶은 밤은 471㎉이고, 돼지고기는 같은 무게에 644㎉이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과일을 피해야할 정도로 열량이 높지는 않다.
통계를 보면 한국 사람들은 과일을 적게 먹는 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04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인은 1인당 하루 평균 183g의 과일을 소비했다. 이는 조사대상 40개국 가운데 32번째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한겨레 초록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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