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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1 17:21 수정 : 2006.09.22 13:35

본디 ‘유명해지다’ 정도로 쓰던 말이었으나 요즘은 ‘알게 되다, 전해지다, 밝혀지다’는 뜻으로 쓰인다.

말을 전할 때 전통적인 풀이말로 ‘하더라’가 있고, ‘한대, 하데, 합디다, 하더이다 …’ 들도 있다. 한때 유행하던 ‘카더라’는 ‘-고+하더라’로 분석되는 말이지만 사투리로 친다. 이에는 흔히 “아니면 말고” 또는 ‘아니면 그만’이 덧붙는데, 최근에도 면책특권에 기댄 국회의원의 발언, 알권리에 기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행태를 들출 때 본보기로 삼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ㄴ 것으로 알려졌다”처럼 쓰이는 말에는 ‘밝혀졌다, 드러났다, 확인됐다, 전해졌다 …’들도 있고, “-고 밝혔다”처럼 쓰이는 말에도 ‘말했다, 지시했다, 명령했다, 확인했다, 판결했다, 보도했다 … 들이 있다. 대체로 사실이나 소문을 인용하는 말에 써서 월의 자릿수를 늘린다.

보도문은 사건 또는 확인된 사실을 정확·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지만 모든 것을 사건 현장에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관계자)이 전해주는 말로 기사를 쓰게 될 때도 잦은데, 이런 때 흔히 쓰는 말이 ‘알려졌다’붙이다. 한 다리 건넌 정보로서, 정치 뒷얘기, 국제관계 기사들에서 흔히 보인다.

‘알려졌다’보다 분명함을 더하는 말로 ‘밝혀졌다, 드러났다, 확인됐다 …’ 들이 있다. ‘알려졌다, 전해졌다’붙이는 출처를 대지 않고도 말을 엮을 수 있는 풀이말이어서 편법으로 쓸 때가 잦다. 사물을 주어로 삼아도 되는 자동사인 까닭이다. 이런 연유로 기사에서는 무책임, 정직하지 못함의 표상처럼 되었다. 제대로 쓰는 ‘알려지다’까지 싸잡혀 욕을 먹는다.

이처럼 전에는 잘 쓰지 않던 말이 흔히 쓰이게 된 연유는 무언가? 책임이나 부담을 덜고자 하는 표현들이 관행적으로 번지게 된 결과다. 이런 관행의 배경에는 번역투 또는 영어투(be/get/become known to, come to ~ knowledge, become generally known …)가 도사린다.

△대장균의 유전자 수는 4288, 염기쌍 수는 464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염기쌍 수는 464만이다.

△상시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외주용역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을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 ~ 대책이 제시됐다.

△현대아산은 북측으로부터 1천만평 규모의 개성공단 개발 독점 사업권을 받은 바 있어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천만평 규모의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을 받은 현대아산으로서는 당연히 반발한다.

△노 대통령은 24일 여당 재선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현안과 관련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 털어놨다고 한다.

△실제 항우연은 지난 5월12일 나사본부를 방문해 한국의 ISS 참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주저울 개발은 이미 항우연이 선행 연구를 수행한바 있어 시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 의견을 교환했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경우에도 엔진에 이상이 생기자 조종사가 활공 비행을 하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직전 무전교신을 통해 ‘엔진에 이상이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 ~ 분석했다. ~ 것으로 드러났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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