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7 20:05
수정 : 2006.09.27 20:05
입기 편하게 더욱 진화
레이온·모직 등 소재 다양화
청바지와 함께 입는 ‘배자’도
한복이 진화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한복 업계의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생산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일부 업체에서는 한복에 텐셀과 같은 최신 소재를 사용해서 활동성을 높이는가 하면, 형태도 과감하게 개량해서 일각에서는 ‘한복이 맞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또 위아래 한벌로 입던 고정관념을 깨고, 청바지 위에 한복 윗도리를 입는 과감한 조합도 패션쇼에 나타나고 있다. ‘불편해서’, ‘세탁 비용이 많이 들어서’ 전통 한복이 수요가 곤두박질치는 사이, 생활 한복은 말 그대로 생활 속으로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한복 업체 ‘돌실나이’의 김남희 사장은 “사람들이 한복을 일상복으로 조금씩 인식하게 되면서, 한복의 수요도 추석 같은 명절이 아니라 환절기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재와 형태의 변화=과거 옥스포드 면과 실크로 단순하게 이분화됐던 한복의 소재에 청바지 재료나 텐실 등 레이온 제품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겨울에는 코듀로이를 비롯한 골지 면, 스웨이드, 모직 등의 소재가 들어가고, 가죽도 한복 디자인의 부분적인 장식으로 등장했다. 또 겨울용 옷감으로 인조 모피나 폴라폴리스 등의 합성섬유도 애용된다. 특히 폴리에스테르 소재는 비단과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물세탁이 가능해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형태도 과감하게 변화했다. 한 예를 보면, 폭이 넓은 한복 바지를 과감하게 줄여서 품이 홀쭉해지고, 엉덩이 부분도 처지지 않고 날씬해졌다. 발목에 데님을 매지 않으면, 언뜻 보통 바지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이 바지는 입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데님을 매도록 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셔츠 라인의 저고리, 에이라인 치마가 생활 한복에 등장했고, 심지어는 반바지 형태도 나타났다.
청바지와의 만남=한복과 다른 옷의 조합도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배자야, 청바지와 놀자’라는 패션쇼에서는 청바지와 함께 입을 수 있는 배자 작품 70여점을 선보였다. 배자는 겨울에 남녀가 입는 조끼 모양의 전통 덧옷. 이 패션쇼에서는 전통 배자에서는 등쪽에 있던 매듭을 앞으로 가져와서 독특한 멋을 강조한 작품과 뒷부분을 길게 늘여서 뒤에서 보면 코트를 입은 듯한 작품 등을 선보였다. 또 청바지와 함께 배자 속에 넥타이를 걸쳐서 현대적인 느낌을 준 작품도 눈에 띄었다. 행사를 기획한 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 권영재 사무총장은 “한복을 현대화하는 데 청바지는 무시할 수 없는 일상복”이라며 “배자는 조끼처럼 청바지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전통의복이라 조합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조합은 패션쇼에 선보인 배자 제품 중 일부를 공동 제품명으로 시판할 계획이다.
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 원혜연 회장은 “어느 나라나 전통 의복은 과거의 옷이기 때문에 현대인에게는 안 맞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전통 의복에 접근하는 방식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일본의 기모노처럼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통을 지키거나, 베트남의 아오자이처럼 현대인에게 맞게 개량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아직 어느 쪽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전통의 원형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한복을 현대화하는 방법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돌실나이, 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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