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7 20:59
수정 : 2006.09.27 20:59
학생들에게 바친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화강암으로 고려대 문과대 뒤편 교정에
“…오후 2시 거리에 나갔다가 비로서 나는 / 너희들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물결이 / 의사당 앞에 넘치고 있음을 알고 / 늬들 옆에서 우리는 너희의 / 불타는 눈망울을 보고 있었다…”
고려대 국문과 교수를 지낸 조지훈 시인이 4·19 혁명 주역인 학생들에게 바친 헌시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가 46년만에 시비(詩碑)로 다시 태어난다.
고려대 국어국문과는 29일 ‘학과 설립 60돌 기념행사’에서 〈늬들 마음을…〉 시비 제막식을 연다. 시는 4·19 혁명 바로 다음날 쓰여졌고, 5월3일치 〈고대신문〉에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 제목으로 실렸다. 시인은 시에서 혁명 전 혼탁한 자유당 독재정권 아래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교수들의 자기반성과 혁명에 몸을 바쳤던 학생들에 대한 찬사를 담았다.
‘조지훈 시비 건립추진위원회’ 회장인 최동규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선생의 많은 시 중에서 문학적으로 더 잘 다듬어진 시들도 있지만,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스승과 제자 관계도 소원해진 요즘 세태에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 이 시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시비는 조각가 전항섭씨가 제작했으며, 하늘·땅·사람의 삼태극을 상징하는 화강암 세조각에 새겼다. 글씨는 조지훈 시인의 부인 서화가 김난희(82)씨가 직접 썼다. 시비는 고려대 문과대 뒤편 교정에 세워진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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